공매도처럼 주식 파는 연기금, 증시 발목잡나
공매도처럼 주식 파는 연기금, 증시 발목잡나
  • 뉴시스
  • 승인 2021.02.13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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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중 5% 이탈범위 있지만 이마저도 초과했을듯
마냥 재량 부여 했다가 노후자금 손실 가능성도

류병화 기자 = 연기금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해 말부터 32거래일 연속 매도를 단행하며 최장기간 매도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연기금의 기계적 매매로 증시 발목을 잡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기금이 매도세를 멈추지 않는 것은 자산배분 이탈 범위를 부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초과했을 정도로 국내 주식 비중이 커진 것으로 관측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해 12월24일부터 32거래일 연속으로 순매도했다. 이는 연기금의 역대 최장기간 순매도 랠리에 해당한다. 이 기간 동안 연기금은 10조8131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연기금은 지난 2009년 28거래일 순매도 랠리를 경신한 뒤에도 계속해서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거래소는 2018년 12월10일부터 연기금에 국가지자체를 포함한 바 있다.

한국거래소가 구분하는 투자자 분류상 연기금은 연금, 기금, 공제회와 함께 국가, 지자체 등을 포함한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행정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연기금의 매도세는 자산별로 비중을 맞추기 위해 급등한 국내주식 자산군을 팔아치우고 다른 자산군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연기금이 기계적인 매매를 단행해 최근 3000선에서 머무르고 있는 코스피의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연기금은 미리 세워둔 기금운용계획에 따라 자산 비중을 맞춘다. 국민연금의 경우 국내주식 목표비중이 지난해 말까지 17.3%였으며 올해 16.8%로 0.5%포인트 낮춰졌다.

물론 연기금 또한 적극적으로 매매해 이탈할 수 있는 범위를 두고 있지만 이를 초과하는 범위까지 국내주식 비중이 늘어나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은 전략적 자산배분(SAA) 외에 전술적 자산배분(TAA)을 정하면서 이를 벗어날 수 있는 '이탈 범위'를 두고 있다. 전략적 자산배분과 전술적 자산배분상 목표비중 이탈 허용 범위는 ±2%, ±3%이다. 목표비중을 벗어나 최대 5%포인트까지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 포트폴리오상 5%포인트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40조2750억원에 달한다. 매수 40조원, 매도 40조원씩 총 80조원 이상 매매할 수 있는 범위가 부여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가 급등하면서 이탈 범위마저 초과했을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 말 국내주식 비중이 전월 대비 1.6%포인트 늘어난 19.6%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까지 더욱 커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22.5%까지 늘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국내주식 목표비중이 16.8%이므로 5.7%포인트 초과해 이탈 범위마저 넘어섰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은 워낙 규모가 커 추후 증시가 약세기에 접어들었을 때 적극적인 매매로 움직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미리 대비에 나서는 측면 또한 있다.

한 국민연금 산하 전문위원회 관계자는 "증시가 상승하면서 위험지수도 함께 오르고 있어 언제 하락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당장 하락하지 않더라도 주식에 대한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시기가 찾아오면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국민연금은 노후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므로 수익률이 가장 중요하다"며 "연금가입자가 손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되므로 시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매매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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