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물을 얻은 듯 ( 如 魚 得 水 )
물고기가 물을 얻은 듯 ( 如 魚 得 水 )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8.11.1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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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한 말 조조에게 여러 차례 쫓겨 의기소침해진 유비는 유표에게 도망쳐 신야에 마물러 있었다. 그는 온종일 앙앙불락하며 중원에서 천하를 도모할 생각을 했지만, 세력이 약하고 주위에 계략을 가진 좋은 참모가 없어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서를 만나 천하의형세에 대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해 보니 말마다 도리에 맞았다. 유비는 그의 기량을 아주 중시하여 최고 손님으로 대우했다.

"저는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 서서가 말했다. "제게 제갈공명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는 줄곧 융중에 음거하고 있지만 세상일에 마음을 두고 있어서 사람들은 그를 와룡이라고 부릅니다. 장군께서 한 번 만나 보십시오."

"좋습니다." 유비는 기뻐하며 말했다. "어서 그를 청해 오도록 하십시오."

"어떻게 그렇게 장군 편한 데로만 하십니까?" 공명은 천하의 고상한 선비입니다. 가서 만나볼 수는 있어도 굽혀서 오게 할 수는 없습니다. 장군께서 정말로 마음이 있으시다면 몸소 가서 만나셔야 할 것입니다."

그의 말이 다 온당하고 옳았으므로 유비는 세 번이나 몸소 초막으로 찾아간 끝에 제갈량을 만났다. 두 사람은 초막에서 무릎을 맞대고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제갈량은 형주를 점거하고 익주를 보태며, 서남쪽 여러 종족들을 안정시키고 내정을 정비한 다음, 손권과 연합하여 기회를 기다리다 형주와 익주 두 길로 조조를 북벌하여 중국 통일을 도모하고 유 씨의 제업을 회복하려는 계책을 논리 정연하게 주장했다.

이 한번의 대화로 유비는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타나는 것 같이 앞날에 대한 계책이 섰기 때문에 곧바로 제갈량을 중요한 모신으로 삼았다. 두사람은 날마다 밤이 깊도록 서로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면서 아주 가깝게 지냈다.

의형제로 한솥밥을 먹으며 동고동락했던 관우와 장비는 그것이 몹시 못마땅하여 유비 앞에서 원망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유비는 간절히 그들에게 말했다. "내가 공명을 얻은 것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네. 자네들이 대의를 생각해서 더 이상 불평하지 말기를 바라네.

관우와 장비는 그 말을 듣고 몹시 부끄러워 다시는 말썽을 부리지 않았다.

▶ 삼고초려(三顧草廬)와 수어지교(水魚之交)라는 고사의 유래이다. 사람을 얻으면 흥하고, 사람을 잃으면 망한다. 인사는 만사라는 말이다. 그러나 좋은 사람을 만나기가 그만큼 어렵기도 하다. 재능 있는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지만 재능을 펼칠 기회를 만나기도 어렵다. 유비는 제갈량의 재능을 알아주었고, 제갈량은 유비를 위해 자기 재능을 다 펼쳤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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