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온 뮤지컬 '위키드', 흥행 돌풍...무슨 내용이길래?
5년만에 온 뮤지컬 '위키드', 흥행 돌풍...무슨 내용이길래?
  • 뉴시스
  • 승인 2021.02.1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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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현·정선아·손승연·나하나 출연
티켓, 무서운 기세로 팔려 눈길
5월1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뮤지컬 '위키드' 중 '단 하루', 옥주현·정선아

이재훈 기자 = '믿보위'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믿고 보는' 뮤지컬 '위키드'다. 초록마녀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8일 인터파크티켓 등에 따르면, 설 연휴 프리뷰를 거쳐 지난 16일 정식 개막한 '위키드'는 티켓 예매에서 선방하고 있다. 오는 3월26일 공연까지 티켓이 오픈했는데, '엘파바' 옥주현·'글린다' 정선아 콤비의 회차 티켓은 모두 매진됐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좌석 띄어앉기가 적용된 상황이지만,  코로나 위기 속 보기 드문 성과다.

두 배우가 콤비를 이룬 회차가 아니더라도 예매율이 높다.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옥주현이 출연하는 회차는 거의 매진됐다. 정선아 출연 회차 역시 무서운 기세로 티켓이 팔리고 있다.

 이번에 처음 합류한 엘파바 손승연·글린다 나하나도 입소문을 타면서, 이들이 출연하는 회차 역시 점점 티켓 판매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공연계 구원투수로 등극하는 분위기다.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18년, 그래도 시대와 맞물리네

'위키드'는 미국의 동화작가 L 프랭크 봄(1856~1919)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뮤지컬로 옮긴 것이다.

200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는데, 촘촘하게 짜인 이야기는 여전히 시대와 맞물린다.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이미 그곳에서 만나 우정을 키운 두 마녀가 주인공이다.

뮤지컬 '위키드' 중력을 벗어나 -옥주현

나쁜 마녀로 알려진 초록 마녀 엘파바가 사실은 불 같은 성격 때문에 오해를 받는 착한 마녀이며, 착한 금발마녀 글린다는 아름다운 외모로 인기를 독차지하던 허영덩어리였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전혀 다른 두 마녀가 어떻게 친구가 됐으며 어떻게 해서 나쁜 마녀와 착한 마녀가 됐는지를 보여준다.

다소 낯선 내용으로 국내 정서에 부합하기 힘들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두 여자의 우정과 마녀사냥 등 공감대를 형성하며 지난 2013년 첫 내한공연에서 이 같은 걱정을 말끔히 씻었다.

오리지널 작품에 선행하는 사건을 담은 속편인 '프리퀄'이 아니다. 원작과 평행하는 같은 선상의 이야기다. '오즈의 마법사'를 읽지 않고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알면 더 즐길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다. 오즈의 마법사 양철나무꾼과 허수아비, 겁쟁이 사자의 탄생비화를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위키드'가 좋은 작품인 이유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다분하면서도, 시대와 조우하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것이다. 

피부가 튀는 초록색이라는 이유로 엘파바를 배척하고 따돌리는 학생들의 모습은, 소수자·이방인에 대해 여전히 낯선 시선을 보내는 우리와 다를 바 없다. 실제로는 능력이 없음에도 여론전을 통해 인기를 얻고, 사회의 모순을 덮어버리는 마법사의 모습은 국내외 사회 각계각층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뮤지컬 '위키드' 나를 놓지마, 옥주현·서경수

특히 여성 연대가 눈길을 끈다. 외모, 자라온 환경, 성격 모두가 다른 엘파바와 글린다는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이러한 모습에 지난한 사회에 맞서는 현재 여성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허영 덩어리 피에로가 '다른 눈'을 갖게 되면서, 엘파바와 함께 하는 모습은 성별을 떠나 다른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연대로 이어진다. 

여기에 이번 한국 프로덕션은 최근 전지구적 이슈인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나섰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친환경 에디션 패키지 '포 그린(FOR GREEN)'을 한정 출시해 눈길을 끈다. 일상 속에서 일회용품을 줄이자는 취지로 기획된 패키지로 손수건, 파우치 등으로 구성됐다.

지루하지 않은 무대·음악…배우들의 열연

5년 만에 돌아온 '위키드'가 인기를 누리는 기본적인 이유는 뮤지컬의 주된 속성인 화려한 무대와 좋은 음악이다. 

총 54번의 장면전환을 암전 없이 이루는 화려한 무대 메커니즘은 눈이 황홀하다. 에메랄드빛 무대, 대형 비눗방울 기계 등이 무대를 꽉 채운다.

2005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뮤지컬 앨범상'을 받은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포카 혼타스'와 '이집트의 왕자' OST로 유명한 스티븐 슈월츠의 작품이다.

뮤지컬 위키드 - 4인 마녀

메인 테마곡인 '노 원 몬스 더 위키드'(No One Mourns the Wicked)'는 물론이고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이 싹트는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파퓰러', 엘파바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 때 부르며 전율을 안기는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 등은 처음 들어도 귓가에 감긴다. 특히 '파퓰러'는 영국의 팝스타 미카가 리메이크해 자신의 콘서트 주레퍼토리로 삼고 있다.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비결이다. 원조 엘파바와 글린다인 옥주현·정선아는 캐릭터 그 자체로 덧붙일 말이 없다.

이번 시즌에는 떠오르는 뮤지컬 얼굴들인 손승연과 나하나가 새로운 엘파바와 글린다로 합류했다. 옥주현·정선아 조합이 너무 막강하지만, 이들 배우들은 풋풋함을 통해 신선함을 안긴다. 그래서 손승연·나하나는 1막보다 2막에서 더 성장한 모습이다. 17일 오후 회차에서 한살 차이인 두 배우는 정말 친구처럼 서로를 감싸 안았다.

손승연은 가수로 이름을 먼저 알렸다. 엠넷 '보이스 오브 코리아' 최연소 우승자로 MBC TV '복면가왕' 8연승, KBS 2TV '불후의 명곡' 7회 우승 등 경연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가창력이 탁월하다. '보디가드' 등을 통해 뮤지컬로 활동 반경을 넓힌 그녀는 2번째 도전 끝에 '위키드'의 빗자루를 손에 쥐게 됐다. 그녀의 엘파바는 야물다. 그 어려운 엘파바 넘버들을 편하게 소화한다.

나하나는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가며 성장하고 있는 뮤지컬계의 블루칩이다. '시라노', '빅피쉬'에 이어 '리지'로 성공적인 변신을 해내며 주목해야 할 배우로 손꼽히고 있다. 사랑스런 매력으로 글린다 역에 안성맞춤이다. 큰 키로 인해 비눗방울 기계 안에 서면, 꽉 찬다.

기존 배우의 아우라를 지켜가면서, 차세대 배우의 등용문 역할까지 하는 '위키드'는 국내에서 스테디셀러로 남을 확률이 크다. 오는 5월1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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