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사각 외국인 노동자 집단감염…"표적 선제검사 늘려야"
방역사각 외국인 노동자 집단감염…"표적 선제검사 늘려야"
  • 뉴시스
  • 승인 2021.03.03 08: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두천 선제익명검사서 외국인 노동자 84명 확진
방역 사각지대…"싱가포르 집단감염보다 더 위험"
임시검사소 지속 한계…백신 접종에 의료진 부족
"취약시설 선제 예방 조치…사업주·커뮤니티 활용"
"사업장 등 주기적 검사 땐 신속진단도 고민해야"
이무열 기자 = 대구 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4명으로 집계된 지난 2일 오전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가 한산한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1.03.02. lmy@newsis.com
이무열 기자 = 대구 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4명으로 집계된 지난 2일 오전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가 한산한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1.03.02. lmy@newsis.com

임재희 정성원 기자 = 외국인 노동자가 종사하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잇따르자 실시한 익명검사에서 80여명의 확진자가 한꺼번에 발생하면서 방역 사각지대 감염 확산이 우려된다.

지역사회 숨은 집단감염이 이어지자 의료진이나 방역 인력이 예방접종과 감염 차단 업무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만큼 전 국민 백신 접종이 진행되기 전 효율적인 검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수 환자가 발생하고 나서 역학조사관과 검사 인력을 투입하는 현행 접근법으론 예방접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지역별로 위험 집단을 선정해 선제검사를 하는 한편 정확도는 떨어져도 신속한 검사를 위해 선제검사에 신속항원검사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3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와 경기 동두천시 등에 따르면 동두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1~2일 이틀간 외국인 노동자 84명이 확진됐다. 내국인 4명도 감염된 것으로 파악돼 감염 규모는 최소 88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외국인 노동자 등 191명이 확진된 남양주 플라스틱공장 사례와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실시한 익명 선제검사 과정에서 다수의 환자가 확인된 것이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21일 전국 외국인 밀집지역 14곳에 임시 선별검사소를 설치한 데 이어 1곳을 추가 설치해 총 15곳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익명검사를 진행 중이다. 임시 선별검사소는 지난달 15일 실명검사로 전환됐지만 강제 추방을 우려하는 불법체류자를 고려해 익명으로 검사를 진행한다.

외국인 노동자 등은 사각지대라고 볼 수 없다. 지난해 4월 싱가포르에서 이주노동자 기숙사 집단감염 소식이 알려진 이후 국내에서도 외국인 노동자 방역 강화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들의 거주지나 근무지가 3밀(밀집·밀접·밀폐) 환경인 기숙사 등인 경우가 많고 건강보험 미적용 등으로 아파도 일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인한 강제 추방될까 검사를 피할 우려도 있다.

특정 공간에서 대규모 감염이 발생한 싱가포르 사례와 달리 최근 국내에선 여러 사업장 등에서 집단감염이 산발하고 있어 추가 감염 가능성도 높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싱가포르 사례는 기숙사발 집단감염으로 감염 규모가 컸음에도 기숙사만 집중 방역하면 됐기 때문에 통제가 가능했다"며 "우리나라는 이주 노동자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어 감염 전파 위험성이 훨씬 높다. 곳곳의 이주노동자에게서 확인된다는 건 그만큼 감염이 저변에 많이 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방역당국은 이 같은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검사를 확대하기 위해 발생지역 주변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의료·방역 인력을 투입해 집중 검사를 펼쳤다. 이를 통해 추가 감염을 방지하는 식으로 확산세를 저지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당장은 요양병원·시설이나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 등 고위험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백신 예방접종이 본격화하면 의료인력이나 보건소 인력의 검사 투입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감염이 확산되기 전 지역사회 내 무증상·경증 감염자를 찾기 위한 효율적인 선제 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차 유행 과정에서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한때 153곳에 달하기도 했던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는 이달 2일 0시 기준 하루 사이 3곳이 줄어 99곳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임시검사소를 통해 수도권에서는 50명 안팎(2월24일~3월2일 1주간 하루 평균 56.0명)의 환자가 발견되고 있어 지역사회 숨은 감염 우려는 여전하다.

김 교수는 "지금 요양병원·시설 외에 집단감염 발생 우려가 큰 외국인 노동자 기숙사, 교회와 같은 사각지대와 고위험 지역에 대해선 집중적으로 선제적인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며 "개별 접근이 어려운 만큼 사업주나 종교 지도자, 지역 커뮤니티 리더를 통해 방역을 홍보하고 검사를 독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소한의 인력으로 효율적인 검사를 위해 선제 검사 때 신속항원검사 활용 폭을 넓혀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앞으로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도 접종해야 하는 상황에서 진단검사를 담당하는 의료진 수는 부족해질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라며 "일일이 유전자 증폭(PCR) 검사만을 통해 확진자를 사후에 찾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정확도가 낮더라도 2~3번 반복해서 검사하면 양성 여부를 걸러낼 수 있다. 정확도가 떨어지더라도 몇 십명 이상의 집단감염 여부는 확인할 수 있다"며 "숨은 감염자를 찾아내면서 검사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이용한 주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