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주겠다"는 여당, "나랏빚 많다"는 정부…추경 줄다리기 팽팽
"더 주겠다"는 여당, "나랏빚 많다"는 정부…추경 줄다리기 팽팽
  • 뉴시스
  • 승인 2021.03.0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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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화수분 아냐" 기재부 나랏빚 우려에도
민주당 "국회 논의하며 추경 규모 키우겠다"
'전 국민 위로금 지급'도…부담 확대 불가피
전문가 "나랏빚 증가 속도 빨라" 우려하지만
제동 걸 재정 준칙은 여야 반대에 도입 난망
최동준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규제혁신추진단 제3차 전체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03. photo@newsis.com
최동준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규제혁신추진단 제3차 전체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03. photo@newsis.com

김진욱 기자 = "국회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사각지대가 발굴된다면 추가로 예산에 반영하겠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이번 추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상공인·취약 계층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인 만큼 본래 목적에 충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사업자 미등록 노점상 지원과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한 형평성 논란과 관련해서도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기준은 피해"라면서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해서 경제적 고통으로 생계가 어려운 분들을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지원 폭 확대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정부도 가능한 한 고통 받는 많은 국민께 최대한의 지원을 하고 싶지만, 지출이 늘어나면 그만큼 누군가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김명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021년도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02. photo@newsis.com
김명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021년도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02. photo@newsis.com

안일환 기재부 제2차관도 같은 날 KBS 통합뉴스룸 ET에 출연해 "일본의 국가 채무 비율은 1990년대 66%에서 2000년에 131%로 늘었고, 2010년에는 186%까지 높아졌다. (국가 채무 비율이 빠르게 높아진) 일본의 좋지 않은 재정 사례를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나라의 곳간을 관리하는 기재부의 장·차관이 이런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한국의 국가 채무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번 추경으로 국가 채무액은 965조9000억원이, 채무 비율은 48.2%가 된다. 지난해 본예산(805조2000억원) 대비 채무액은 160조7000억원 증가하고, 39.8%였던 채무 비율은 8.4%포인트(p) 상승한다.

10%대 후반이었던 한국의 국가 채무 비율은 1997년(11.1%)→2004년(22.4%)→2011년(30.3%)→2020년(46.5%·추경 후) 순으로 각각 10·20·30·40% 선을 돌파해왔다. 7~9년의 비교적 고른 연차를 뒀다. 그러나 50% 선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2022년에 50.9%(기재부 전망)를, 2023년 62.1%(한국은행)를 기록한다. 연차가 2~3년으로 앞당겨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추가 재정 부담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초 민주당은 제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및 추경 편성 논의 초반부터 "2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재확산됐고, 유행이 계속되자 경기가 침체하는 것을 막으려면 확장 재정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논리다.

기재부는 12조원을 시작으로 논의를 시작해 19조5000억원(기존 예산 4조5000억원 포함)에서 합의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 선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20조원을 넘길 수 있다"고 공언한데다가 문재인 대통령도 "소상공인 등 대상 제4차 재난지원금과 별개로 전 국민 위로금 지급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나랏빚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경고한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작년과 올해 나랏빚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계속 증가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코로나19 같은 평시에는 국가 채무 비율 상승률을 1%포인트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도 "나랏빚은 (이번 추경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0.9% 더 증가하게 돼 국가 채무가 올해도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향후 추가 재난지원금이나 손실 보상제로 인해 더 늘어난다면 (나랏빚 증가 속도가) 우려가 될 만큼 빠른 수준"이라고 했다.

기재부는 급증하는 나랏빚에 제동을 걸기 위해 국가 채무 비율을 60% 이하로, 통합재정수지를 마이너스(-) 3% 이하로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재정 준칙'을 지난해 10월 내놨지만, 그 근거가 될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여야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국회에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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