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첨에 대한 충고 ( 弦 章 諫 諂 )
아첨에 대한 충고 ( 弦 章 諫 諂 )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8.11.21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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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이 죽은 지 17년째 되던 해였다. 어느 날 경공이 여러 신하들과 활을 쏘면서 술을 마시는 잔치를 베풀었다. 경공의 차례가 되어 활을 쏘았는데 과녁을 맞힐 때마다 여러 신하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한 목소리로 훌륭하다고 소리쳤다. 마침 현장이 들어오자 경공이 그에게 말했다. "현장, 내가 안영을 잃은 지 17년이 되었소. 그 뒤 내 잘못을 지적하는 말은 한 마디도 들어본 적이 없었소, 내가 방금 활을 쏘아 과녁을 맞혔더니 훌륭하다고 칭찬하는 소리가 한 사람 입에서 나온 듯하더이다."

이 말을 듣고 현장이 대답했다. "이는 여러 신하들이 못난 탓입니다. 그들은 슬기로운 임금일지라도 잘못하는 점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임금의 기분을 건드리며 바른 소리를 할 만큼 용기도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있습니다. 임금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안다는 것입니다. 신하들은 임금이 좋아하는 것을 따르고, 또 임금이 즐겨 먹는 것을 먹습니다. 자벌레는 누런 잎을 먹으면 몸 빛깔이 노래지고, 파란 잎을 먹으면 파래집니다. 혹시 임금님께서 아첨하는 사람들의 말을 좋아하시는 것은 아닌지요?"

경공이 불현듯 깨닫고 이렇게 말했다. "참으로 훌륭한 말이오. 오늘 그대의 말을 들어보니 그대가 임금이고 내가 신하같소."

마침 그때 바닷가 사람들이 물고기를 진상했다. 경공이 그 가운데 수레 50대의 몫을 현장에게 상으로 내렸다. 현장이 돌아가는데 물고기를 실은 수레가 장안을 가득 메웠다. 현장이 수레를 모는 사람의 손을 어루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방금 임금님이 활을 쏘았을 때 훌륭하다고 소리친 사람들은, 실은 모두 이 물고기를 얻고 싶어 하던 사람들이네 . 옛날 안영 선생님은 상을 사양하고 임금님의 잘못을 바로잡았네. 그래서 임금의 허물도 감출 수가 없었지. 지금 여러 신하들은 아첨해서 이익을 얻으려고 과녁을 맞히자마자 한 목소리로 훌륭하다고 칭찬했던 것이야. 이제 임금님을 제대로 보좌하는 사람은 저 사람들 속에서 보이지 않는데, 물고기를 상으로 받은 사람만 있구나. 내가 물고기를 받는다면 안영 선생님의 가르침을 어기는 일이며, 상을 바라고 아첨하는 저 사람들과 뭐가 다르겠느냐?"

현장은 물고기를 사양하고 받지 않았다.

▶ 아첨하는 사람은 반드시 목적이 있다. 환심을 사서 이득을 챙기려는 것이다. 권력자와 부귀한 자의 주변에는 이런 아첨꾼들이 몰려 있다. 그러나 아첨꾼의 말을 배척하고 뼈아픈 충고를 들을 줄 알아야 발전할 수 있다. 경공은 다행히 안영의 충고를 기꺼이 받아들여 나라를 잘 다스려왔기 때문에, 안영이 죽고 나서 충직한 사람의 충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다. 안영이 죽고 나서 오랜 시일이 지나도록 안영처럼 충고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은, 충고하는 사람이나 받아들이는 사람이나 그만큼 서로가 서로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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