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리더십' 긍정 평가…이낙연·박근혜 사면론 등 실기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지휘…야권에 밀리면 대권 치명상
윤석열 지지율 수직상승…'신복지' 등 반등 계기 여부 주목
김지훈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당대표직을 내려놓고 차기 대선 주자로 나선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지휘하며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한 호텔에서 민주당 국민생활기준 2030 범국민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리는 토론회에 참석해 '돌봄국가책임제' 기조강연을 한다. 그리고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열어 6개월여간의 당대표 임기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 대표는 당대표 취임 후 돌발 악재가 터질 때마다 '위기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큰 탈 없이 파고를 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 윤리감찰단을 통해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김홍걸 의원을 제명하고,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사태의 책임자로 지목된 이상직 의원의 자진 탈당을 유도하며 당 소속 의원 비위 의혹의 파장을 최소화한 게 대표적이다.
검찰개혁에서도 성과를 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출범시켰고, 국가정보원법과 경찰청법 등 권력기관 개혁 입법 과제도 처리했다. 다만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서 '추미애-윤석열 갈등' 중재보다는 '윤석열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는 등 검찰과 각을 세우면서 여론 피로도를 높여 당 지지율 하락을 초래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실기도 적지는 않았다. 연초에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사면론을 띄웠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정리하면서 민망한 상황이 돼버렸다. 4차 재난지원금 선별지급과 전국민지급을 함께 논의하자고 공개 제안했다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공개 반발에 부딪힌 점도 이 대표로선 입맛이 쓴 대목이다.
이 대표는 4·7 재보궐선거 중앙선대위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는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고, 이를 발판으로 대선 주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경우 범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접전을 벌일 거로 예측된다. 민주당이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우세할 거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야권에 내어주게 될 경우 선대위원장인 이 대표에게는 치명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대표가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에서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밀리면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2중' 구도를 형성해왔으나,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사퇴 후 수직상승하면서 선두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것과 함께 본격 대권 행보에 앞서 화두로 띄운 신복지 구상 등의 콘텐츠가 여론의 반향을 일으켜야 반등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다.
리얼미터가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를 물은 결과를 보면 윤 전 총장 28.3%, 이 지사 22.4%를 기록하며 오차범위 내를 유지했다. 반면 이 대표는 13.8%로 3위 자리를 지키긴 했으나 격차가 벌어진 모습이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를 받아 지난 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2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차이가 더 크게 벌어졌다. 윤 전 총장 32.4%, 이 지사 24.1%, 이 대표 14.9% 순이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또는 KSOI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