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헌고 정치편향' 인권위 기각 반발…법적대응 나설 듯
'인헌고 정치편향' 인권위 기각 반발…법적대응 나설 듯
  • 뉴시스
  • 승인 2021.03.0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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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학교서 "조국 뉴스는 가짜뉴스" 발언
학생들 "인권위, 피해자들은 조사도 안했다"
인권위 "인권침해는 아냐"…해당 진정 기각
최인호(오른쪽)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대변인이 지난 2019년 10월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앞에서 학생수호연합측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 대변인은 학교 마라톤 대회에서 사상주입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박민기 기자, 김승민 수습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학생들에게 "조국 뉴스는 가짜뉴스니 믿지 말라"는 발언을 한 교사 등을 통해 불거진 '인헌고 정치 편향 논란' 관련 진정을 기각하면서 인헌고 학생 및 진정인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들은 단 한 번도 조사하지 않은 인권위가 정권 입맛에 따라 사안을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인권위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9일 인헌고 학생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전국학생수호연합(학수연)' 등에 따르면 학수연 측은 오는 12일 서울 중구 인권위 사무실을 찾아 진정을 기각한 인권위의 당시 조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김화랑 학수연 대표와 최인호 대변인이 인권위를 방문할 예정이며, 이들은 인권위의 기각 결정문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는지 여부도 검토한 뒤 추가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수연 측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행사 당시 학교 차원에서 반일 선언문을 적으라는 공문이 나왔었고,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아베 자민당 망해라' 등의 문구를 적으라고 확실하게 말했다"며, "당시 해당 구호에 불만을 품은 학생이 다른 문구를 적어서 냈는데, 선생님이 다시 적으라고 해서 새로운 구호를 써서 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학수연 측은 "이름만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행사였지 사실상 반일 불매운동 기획수업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도대체 왜 이런 행동들이 인권침해가 아닌 것인지, 인권위가 정권 입맛대로만 사안을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어 "인권위가 인권 사안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력의 입맛에 따라 피해자는 조사하지도 않고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며 "업무태만과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019년 10월 서울 관악구 인헌고에선 학생들을 상대로 한 일부 교사들의 정치 편향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학수연 측은 2019년 10월17일 열린 '인헌고 달리기 걷기 어울림 한마당' 행사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반일 문구가 담긴 선전문을 적으라고 강요하고, 이를 몸에 붙이고 달리게 하는 등 학생들을 정치적 노리개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 대표, 장달영 자유법치센터 대표 등은 인헌고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면서 진정을 제기했지만, 인권위는 "인권침해가 아니다"라며 지난달 16일 해당 진정을 기각했다.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당시 인헌고 측은 학생들에게 '아베정권 규탄한다. 강제징용 사죄하라', '일본의 경제 침략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띠를 제작하게 했고, 또 이 같은 구호들을 외치게 했다.

아울러 인헌고 교사 A씨는 자신이 가르치는 1학년 학생에게 "거짓말을 하느냐"고 추궁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조국"이라고 말하자 "혹시 일베를 하느냐"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씨는 해당 학생 및 반 학생들 앞에서 이 발언을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인헌고 교사는 한 학생에게 "조국 뉴스는 가짜뉴스니 믿지 말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헌고 측은 지난 2019년 11월 일부 학생들이 학교 내부에 일부 교사들의 정치 편향 문제를 제기하는 성명문을 부착하자 이들 중 4개를 떼어낸 뒤 폐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인헌고에는 별도의 게시판 관리 규정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학교 측은 "담당교사가 행사 방법을 안내하기 위해 학생들이 쓴 선언문 띠의 내용 중 '일본의 경제 침략을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선창했고, 학생들이 '반대한다' 등을 두 번 제창하게 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학생들이 '아베 자민당 망해라' 등 문구가 적힌 선언문을 낭독했는데, 이에 대해 호응하는 학생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었다"며 "이 과정은 자유롭게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교사 A씨가 학생에게 '일베를 하느냐'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학생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닌지 추궁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거짓말쟁이는 조국'이라는 발언을 해서 순간 일베를 하는지 질문한 것"이라며 "이후 해당 학생과 반 전체에 사과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이 일부 학생들의 성명문을 폐기한 것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허가를 받지 않고 학교를 비난하는 일방적 주장이 담긴 성명서를 부착했다"며 "해당 학생들에게 성명서를 제거할 것을 통보했으나, 이에 따르지 않아 제거한 것"이라고 했다.

인권위는 인헌고 측의 행동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고 해당 진정을 기각했지만, 사회적 현안을 다루는 행사나 수업 등은 학생 의사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인헌고 교장에게 ▲교육활동으로 정치·사회적 현안 문제를 다룰 때 학생들 의사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적절한 방법으로 이루어지도록 유의할 것 ▲학교에서 학생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학교의 게시판 운영에 대한 규정을 제정할 것 등의 의견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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