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영미술관 20주년, 조각전 아닌 '화가의 글씨' 전 연 이유
김종영미술관 20주년, 조각전 아닌 '화가의 글씨' 전 연 이유
  • 뉴시스
  • 승인 2021.03.1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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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배, "천지자만물지역여(天地者萬物之逆旅)광음자백대지과객(光陰者百代之過客)", 130x97cm, 캔버스에 혼합재료, 1993, 황창배미술관 소장.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은 올해 개관 20년을 맞아 '화가의 글씨, 서가의 그림'전을 선보인다.

김종영미술관은 2002년 한국추상 조각 선구자 김종영(1915~1982) 연구하고 기리고자 개관한 미술관이다. 그동안 주로 국내 조각가들의 전시를 열어왔다.20주년을 맞아 기획한 올해 첫시는 대형 조각전이 아닌 '서화전'이어서 주목된다.

이번 전시에는 김광업(1906~1976)과 최규명(1919~1999) 서예가와 걸레 스님으로 알려진 시인이자 서화가 중광(1934~2002), 그리고 이응노(1904~1989)와 황창배(1947~2001) 동양화가와 서양화가 곽인식(1919~1988), 김환기(1913~1974), 정규(1923~1971), 한묵(1914~2016) , 조각가 김종영(1915~1982), 비디오 작가 백남준(1932~2006)등 총 10명의 작고 작가 작품을 소개한다.

연배로 보면 이응노와 김광업은 ‘경술국치’ 이전에 태어났고, 네 분의 서양화가와 김종영은 일제강점기 동경 유학을 했다.  백남준과 중광은 해방 후 우리 손으로 설립한 미술대학에서 교육받은 일 세대 작가인 앵포르멜 세대와 동년배이며, 황창배는 해방둥이라 할 수 있다. 전통 서화에서 미술로 전환되던 시기에 서예와 미술에 정진한 작가들이다.

박춘호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는 초대작가 작품을 통해 첫째, 지난 세기 한국미술계의 과업, 즉 전통 서화가 서양미술과 문화접변을 통해 서화미술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었는지, 또한 이를 토대로 21세기 한국미술이 ‘세계 속의 한국미술’로 나아가기 위해 참고할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

전시에 선보인 한국미술 거장들의 작품의 공통점은 서양의 추상미술을 서화 전통에서 사의(寫意), 즉 뜻을 그리던 전통을 토대로 대등한 입장에서 비교하고 분석하며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어떻게’에 만 관심을 두고 서둘러 서구 미술을 모범으로 삼아 따라가려는 세태와는 정반대로, ‘왜’와 ‘무엇을’ 질문하며 끊임없이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며 자기화(自己化)하고자 했다"는 특징이다.

박춘호 실장은 "한국이라는 지역적인 특수성에서 인류 보편성을 찾아내려는 노력이었고, 세계 속의 한국미술을 지향하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최우선 과제임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서화 전통은 여전히 재해석할 가치가 있는 전통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종영미술관 개관 20년 기념전 '화가畫家의 글씨, 서가書家의 그림' 전시 전경

이번 전시는 누가 서예가고 누가 화가인지 구별할 수가 없을 정도다. 생전의 작가들은 전통 서예를 토대로 서양미술을 수용하고, 현재화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수석큐레이터와 박춘호 실장은 "전시를 기획하고 보니 지난 20세기 한국 미술사를 기술하는 데 있어서 1958년 앵포르멜의 출현을 한국 현대미술의 출발점이라고 기술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고 전했다. 4월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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