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간이식, 기증자 안전이 가장 중요
수혜자, 이식 전 운동·혈압·당조절해야
백영미 기자 = 인간은 쓸개나 위장이 없어도 살 수 있다. 하지만 간이 없으면 살 수 없다. 간은 체내 독소를 제거하고, 장에서 흡수한 음식물의 영양소를 체내에 필요한 모양으로 바꾸는 대사 작용을 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간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장기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간이 제 기능을 못하는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건강한 간을 이식하는 것 뿐이다. 간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 건강을 유지하려면 간 이식 전후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생체 간이식 비중 높아...기증자 건강해야 가능
간 이식 대상자는 주로 급성 전격성 간염이나 간경화로 말기 간 기능 부전을 앓는 성인 환자다.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은 뇌사(腦死) 기증자를 찾기 어려워 살아있는 가족의 간 일부를 떼어 내 이식하는 생체 간 이식 비중이 높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2019년도 생체 간 이식 기증자는 1188명으로 5년 새 37% 이상 증가했다. 인구 100만명당 22.9명이 생체 간이식을 했다. 미국(1.6명), 독일(0.7명), 영국(0.33명)과 비교해도 훨씬 많다.
생체 간 이식은 보통 기증자의 오른쪽 간을 60% 가량 절제해 수혜자의 몸 속에 넣고 혈관을 연결하는 수술이다. 간 일부를 절제하는 만큼 뇌사자의 간을 병든 간 전체를 제거한 수혜자의 몸 속에 통째로 넣고 혈관을 이어주는 '뇌사자 간이식'에 비해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생체 간 이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증자와 수혜자의 생명을 모두 살리는 것이다. 우선 기증자의 건강에 문제가 없어야 가능하다. 기증자는 간 일부를 떼어 내도 2주 정도면 원래 기능을 회복한다. 하지만 보통 우측 간의 60% 가량을 절제해야 하는 데다 절제 후 담즙 누출, 담관 협착, 간문맥혈전증 같은 합병증을 최소화하려면 건강이 필수 조건이다.
김두진 인천 가천대 길병원 외과 교수는 "뇌사자 이식과 달리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 이식하는 생체 간 이식은 기증자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기증자가 100% 안전하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수술한다"고 강조했다.
흉터 부담되면 복강경 수술 고려...변이 없을수록 적합
간 기증자에게 생체 간 이식 수술 후 배에 남을 수 있는 큰 수술 자국(흉터)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건강한 미혼 남성·여성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 경우 수술 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복강경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복강경 수술은 간 기증자의 수술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배에 구멍 몇 개만 뚫고 시행된다. 수술 후 회복이 빠르고 흉터가 남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모든 기증자가 복강경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간이 작을수록, 혈관이나 담도 등의 변이가 없을수록 복강경 수술에 적합하다"며 "해부학적으로 적합한 기증자에게만 수술해야 해 대상자를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 절제 후 지속적인 추적 관찰도 필요하다. 기증할 간을 절제하기 전 항응고제인 헤파린이 주입돼 수술 직후 출혈의 가능성이 있고, 만약 간을 떼어내고 다시 혈관을 잇는 혈관 문합에 문제가 생기면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대부분 해결이 가능하지만, 가족이나 친척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여서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더욱 주의할 수 밖에 없다.
수술 전후 식습관 조절·금주 등 생활습관도 중요
간이식은 수술도 중요하지만 수술 전후 간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의사와 상의없이 약을 복용하는 것은 경계하고 식습관 조절, 금주 등 생활습관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황정기 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병원장은 "중증도가 높을수록 빨리 이식받을 수 있는 뇌사자 이식과 달리 생체 간 이식은 수술 시기를 선택할 수 있다"며 "수혜자는 이식받기 전부터 미리 운동도 하고, 혈압과 당조절을 잘해야 이식 후 회복도 빠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