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아"…'경고장' 받은 변창흠 거취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아"…'경고장' 받은 변창흠 거취는?
  • 뉴시스
  • 승인 2021.03.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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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 11명 변 장관 LH 사장 재직 당시 투기 확인
정 총리 "어떠한 조치가 필요할지 심사숙고하겠다"
김진아 기자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09. photo@newsis.com
김진아 기자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09. photo@newsis.com

박성환 기자 = 정부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합동 조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투기 의심 20건 가운데 11건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LH 사장 재직 때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장관 사퇴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부터 각종 잡음에 휘말린 데다 장관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잇단 설화(舌禍)로 곤욕을 치렀다. 특히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정무적 판단 결여와 시대와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변 장관은 이번 사태가 확산하자 고개를 숙였지만, 성난 부동산 민심은 싸늘하기만 하다. 공공주도의 주택 공급을 주도해야 할 LH 직원들이 불법 투기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투기에 나서면서 2·4 공급 대책에 대한 불신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에 따르면, LH 임직원들의 토지 매입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 기간은 공교롭게도 변 장관의 LH 사장 재직 시절과 겹친다.

공공주도의 주택 공급 시행자인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지역에 대규모 부동산을 구입하고, 58억원에 달하는 대출까지 받았지만,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변 장관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전임 LH 사장으로 정작 책임을 져야 할 때 뒷짐을 지고 있다가 뒷북 수습에 나섰다는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변 장관의 책임을 운운하며 경고장을 날렸다. 정 총리는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직원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정부합동조사단(합조단)의 1차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변 장관이 이번 사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걱정과 국민의 심경을 잘 아는 만큼 어떠한 조치가 필요할지에 대해 심사숙고하겠다"고 답했다.

정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변 장관의 거취와 관련해 경질 등 인사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정 총리는 "국토부와 LH 임직원 등 총 1만4000여명으로부터 정보제공 동의서를 받아 부동산거래시스템과 국토정보시스템을 통해 거래내역과 소유 정보를 각각 조사하고 상호 대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며 "평생 월급을 모아 집 한 채 마련하고자 했던 서민의 꿈을 짓밟은 명백한 범죄이고, 정부는 국민의 꿈과 희망을 악용하여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운 공기업과 공무원들의 범죄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명원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 발표를 마친 후 질문 할 기자를 지명하고 있다.  2021.03.11. kmx1105@newsis.com
김명원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 발표를 마친 후 질문 할 기자를 지명하고 있다. 2021.03.11. kmx1105@newsis.com

변 장관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까지 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면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변 장관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국무위원은 임기가 보장된 자리가 아니라 정무적인 자리다. 본인의 책임을 아마 국민들이 거세게 제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여당 내에서 장관 교체 논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공식적으로까지는 아직 아니다"라고 답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홍보 소통위원장도 변 장관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9일 TV조선에 출연해 "변 장관이 이렇게 된 책임을 지고 오늘 내일은 아니더라도 조만간에 사퇴해야 한다"며 "변 장관은 이 와중에도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행동을 했다"고 꼬집었다.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0일 한 TV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토부 장관이 책임을 져야 된다. 그래서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여권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께 죄송하고 정말 낯을 들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변 장관의 거취 문제를 비롯한 이번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국정 운영의 부담이 고스란히 문 대통령에게 돌아가는 만큼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집값 안정화를 위한 '변창흠표 공급 대책'인 2·4 공급 대책의 추진 동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면서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문가들은 2·4 공급 대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깊어지고 있지만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를 실행해야 할 주무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며 "집값 안정화를 위해 추진한 2·4 공급 대책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커진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다만 "우선 철저한 조사가 통해 진상 규명을 한 뒤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묻는 것이 순서"라며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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