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는 김보미 "농구 진절머리 나…번복은 없어요"
은퇴하는 김보미 "농구 진절머리 나…번복은 없어요"
  • 뉴시스
  • 승인 2021.03.16 0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의 김보미. (사진 = WKB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의 김보미. (사진 = WKB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희준 기자 = 용인 삼성생명이 역사적인 우승을 확정한 챔피언결정전 5차전은 포워드 김보미(35)에게는 선수 생활의 마지막 경기였다.

심각하게 은퇴를 고려하던 김보미는 우승의 기쁨을 누린 뒤 "농구는 당분간 할 일이 없다"면서 은퇴를 공식화했다.

삼성생명은 15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청주 KB국민은행과의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5차전에서 74-57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확정했다.

삼성생명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6년 여름리그 이후 약 15년 만으로, 통산 6번째다.

여러모로 역사적인 우승이었다. 정규리그 4위팀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것은 삼성생명이 사상 최초다. 정규리그 승률 5할 미만의 팀이 챔피언에 오른 것도 삼성생명이 처음이다.

김보미는 짜릿한 우승을 맛보면서 코트를 떠나게 됐다.

마음 속으로 은퇴를 결심했던 김보미는 4강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투혼을 불살랐다.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삼성생명 '4위의 반란'에 앞장섰다.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8경기에서 평균 32분 26초를 소화한 김보미는 평균 11.6득점 4.6리바운드로 활약했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36살 먹은 선수가 몸을 사리지 않았다. 보미가 같이 뛰는 선수들을 일깨워줬다. 큰 박수를 치고 싶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보미는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우승하기는 했는데 와닿는 것은 없다"며 "마지막까지 좋은 경기를 해준 KB국민은행에 고맙다"며 "KB국민은행이 너무 강하고 무섭게 느껴졌다. 우리도, 상대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마지막에 우리가 운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도 코트에 몸을 던진 김보미는 "4차전을 할 때 너무 힘들어서 눈이 떠지지 않았다. (배)혜윤이가 힘들다고 생각하면 더 힘들다고, 정신을 차리라고 하더라"며 "그런데 4차전을 진 뒤 너무 힘들었다. 오늘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나의 마지막 경기니 우승하자는 생각만 했다. 그래서 조금 더 나았다"고 말했다.

우승을 했어도, 김보미의 은퇴 결심에는 변화가 없다.

김병문 기자 = 15일 오후 경기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챔프전 5차전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청주 KB국민은행 스타즈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머쥔 삼성생명 윤예빈(왼쪽부터), 김보미, 배혜윤, 김한별이 트로피를 들고 있다. (사진=WKBL 제공) 2021.03.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김병문 기자 = 15일 오후 경기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챔프전 5차전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청주 KB국민은행 스타즈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거머쥔 삼성생명 윤예빈(왼쪽부터), 김보미, 배혜윤, 김한별이 트로피를 들고 있다. (사진=WKBL 제공) 2021.03.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2020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할 때 은퇴하기로 마음을 정했다는 김보미는 "1년만 하고 은퇴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배)헤윤이가 1년 더 하라고 했을 때 우승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우승했다"며 미소지었다.

김보미는 "농구에 진절머리가 난다. 당분간 농구를 할 일이 없다"며 "은퇴를 번복할 수는 없다. 아름답게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우승을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꼽은 김보미는 부상을 당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김보미는 "3번 우승했는데 처음에는 신입생이어서 못 뛰었고, 두 번째 우승 때는 식스맨이었다. 주전으로 뛰면서 우승에 기여했기에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은 지금"이라며 "좋은 코치님과 팀원들 덕분에 마지막을 찬란하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고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수술을 4번 했는데 부상을 당한 순간들이 아쉽고 잊고 싶다"고 덧붙였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정규리그 4위팀인 삼성생명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4강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1위팀 아산 우리은행을, 챔피언결정전에서 최장신 센터 박지수가 버틴 KB국민은행을 차례로 격파하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김보미는 "그런 평가에 대해 윤예빈이 자극을 많이 받았다. 나는 딱히 자극받지 않았다"며 "그저 1경기, 1경기 최선을 다했다. 열심히 하다보니 결과가 좋다"고 전했다.

은퇴 이후 계획에 대해 김보미는 "올해까지 선수 생활을 한 뒤 미국에 1년 정도 다녀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1년은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며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제 코트를 떠나는 김보미는 후배들을 향해 "후배들이 마지막 길을 찬란하게 만들어줘서 고맙다. 도움을 받았으면 받았지, 선배라고 해준 것이 없다"며 "후배들이 일희일비 하지 않고, 부상 당하지 않고, 농구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