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로 주택공급 차질 현실화...3기 신도시 곳곳 잡음
'LH 사태'로 주택공급 차질 현실화...3기 신도시 곳곳 잡음
  • 뉴시스
  • 승인 2021.03.1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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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산·왕숙 일부 주민들 보상작업 중단요구 나서
'3기신도시' 철회 요구 잇따라…부정 여론 들불
卞 시한부·LH 사장 장기 공석도 사업추진 부담
LH 대수술 앞둔 점도 공급정책에 영향 불가피
2·4대책 차질 우려 "도심 공급사업 지연 될 것"
 3기 신도시 개발 부지에 대한 공직자들의 투기 의혹이 계속된 11일 오후 인천 계양구 계양테크노밸리신도시 부지 인근 곳곳에 개발 취소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수사중인 경찰은 인천시 공무원 전수조사에 들어가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강세훈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확산하면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 사업인 3기 신도시 개발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계없이 계획대로 3기 신도시 사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3기신도시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정부 합동조사단은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3기신도시와 대규모 택지 2곳 등 총 8곳에 대해 2차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토부와 LH 직원 본인을 대상으로 한 1차 전수조사에서는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하는데 그쳤지만 문 대통령이 16일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라며 사과하고 연일 강력 대응을 지시한 만큼 조사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3기 신도시의 경우 경찰, 지자체의 자체 조사 등 2~3중의 강도 높은 조사·수사가 병행되고 있어 지금까지 나온 의혹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또 특검이 도입될 경우 정치 이슈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해 3기 신도시 조기 공급에 사활을 걸고 추진해왔다. 지구계획과 토지보상을 동시 추진하는 것도 사업기간을 대폭 줄이기 위한 처방이었다.

이를 통해 사업 추진의 핵심 관건인 토지보상 일정을 10개월 이상 단축하고, 주택공급 일정도 기존 2지 신도시 보다 5년 가까이 줄이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하지만 3기신도시 사업을 집행해야 할 LH 내부에서 직원들의 투기의혹이 불거지면서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게 됐다.

문 대통령의 '집값 잡기' 약속에도 불구하고 치솟는 집값 상승으로 현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한 여론이 가뜩이나 좋지 않은 와중에이번 사태까지 겹쳐 정부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상황이다.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 회원들이 10일 오후 경기 시흥시 과림동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 투기 의혹 토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3기신도시 현장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어 3기 신도시 개발이 상당기간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H는 현재 3기신도시 6곳 중 교산과 계양 지구에서 토지보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첫 발을 뗀 보상작업은 더딘 속도지만 일부 성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사업 계획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3기신도시 택지지구의 일부 토지주들은 연대를 꾸리고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항의에 나섰다.   

특히 하남 교산 지구 주민대책위원회는 최근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태의 사실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모든 일정을 보이콧 한다고 선언했다.

지난 8일부터 지장물 조사절차를 시작한 남양주 왕숙지구도 지난 15일 주민들의 반발로 조사 작업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왕숙지구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지장물 조사가 중단된 이유는 LH 사태로 인한 불신이 가장 큰 이유"라며 "주민들 사이에서 '이제 LH를 어떻게 믿고 사업을 하냐', '감정평가를 신뢰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3기 신도시 계획 자체를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여론도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LH 직원 투기 의혹이 나온 이후 'LH직원을 빙자한 투기꾼 손에 맡겨진 3기 신도시 즉각 취소하라', '3기 신도시 철회로 투기꾼들 엄벌해주세요' 등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청원인은 "3기 신도시 사업은 사업 주체인 LH 직원들의 일탈로 명분을 잃었다"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수 없으니 즉각 3기 신도시를 무효화하고 그냥 농사 짖게 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주택 공급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한다는 계획이지만 정부 신뢰가 추락한 게 사업추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사태로 2·4 공급대책 설계차인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사실상 경질돼 시한부 장관으로 전락한 데다 3기 신도시를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할 LH 사장 자리도 3개월 넘게 공석인 것도 사업 속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LH가 해체 수준의 고강도 수술을 앞두고 있는 점도 정부의 주택 정책 추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LH 신뢰도가 떨어지다 보니 3기 신도시 각 지역에서 주민들과 협의를 추진하는 업무에 영향이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7월 사전청약 일정은 차질 없도록 추진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2·4 공급대책 차질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공공주도 도심 고밀개발 사업 예정지 선정과 2차 공공택지 추가 발표가 지연될 가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 김형근 연구원은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사태로 국토부가 발표한 공공주도의 2·4 공급대책은 빠르게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도심 내 개발을 위한 토지보상과 인센티브에 대한 협의도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져 도심 주택공급 예정지 선정도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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