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인플레 논쟁…"아직 징조 없어" vs "우려 커질수도"
한은 금통위 인플레 논쟁…"아직 징조 없어" vs "우려 커질수도"
  • 뉴시스
  • 승인 2021.03.17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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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정상화 언급은 시기상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02.25. photo@newsis.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1.02.25. photo@newsis.com

 조현아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내에서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이 제기된 반면 코로나19 위기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16일 한은이 공개한 '2021년도 제4차 금통위 의사록(2월25일 개최)'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미국 물가와 관련해 인플레이션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게 시장의 컨센서스로 보이지만, 재정지출 규모와 원자재 가격 상승 추세 등에 비춰 수요와 공급 측 모두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확대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저인플레이션의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던 세계화가 코로나19 위기 이후 바뀌고 있어 앞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최근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환경이 이전과는 달라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수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평균 수준보다 크게 높아지면서 비용측 상승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로 확대된 GDP갭(실제 GDP와 잠재GDP간 격차)의 축소 속도는 이전보다 빠르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아직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견해가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풍부한 유동성, 경제활동 정상화에 따른 수요 증대 가능성 등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면서도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징조가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른 위원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부추길 수 있는 '펜트업 효과(그동안 억눌린 소비가 분출하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동제한 조치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가운데 온라인 소비가 활발했기 때문에 비자발적 저축 규모가 미국보다 작아 보인다"며 "펜트업 수요 여력이 크지 않을 수 있고 가계부채 누증, 주거비 부담, 소득불균형 심화 등으로 내년중 민간소비 반등세가 예상을 밑돌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시각차에도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드러냈다. 한 금통위원은 "현재까지는 리플레이션의 성격이 짙어 보이지만, 유동성 여건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크게 다른 데다 자산시장과도 연계돼있는 만큼 주의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 정상화를 언급할 시기가 아니라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금통위는 지난달 회의에서 7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50% 수준으로 동결한 바 있다. 한 위원은 "물가상승 압력과 자산가격의 추가적 상승을 우려해 통화정책 정상화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통화정책은 실물경제와 고용의 안정에 더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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