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노출 시 폐암 위험 높아져
국립암센터,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노출 시 폐암 위험 높아져
  • 김민귀 기자
  • 승인 2021.03.19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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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국립암센터 공식 홈페이지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다이옥신, 폴리염화바이페닐(PCB) 등 독성 물질이 체내에 축적되면 폐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부 박은영 박사는 환자-코호트(동일 집단) 연구에서 폐암 환자의 2000년 이후 수집된 암 진단 전 혈청 샘플을 활용해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노출과 폐암 발생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팀은 폐암 환자 118명과 대조군 252명을 대상으로 혈청에서 19개 유기염소계 농약과 32개 폴리염화바이페닐 (PCB)의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상당수 잔류성 유기오염물질과 폐암 간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유기염소계 농약인 클로르단과 절연체에서 사용되는 PCB의 혈청 농도의 연관성이 특히 높았다. 1979년 클로르단의 국내 생산과 사용이 금지됐고, PCB는 전기제품에 사용되는 것이 금지됐지만, 오염된 절연 오일의 재활용과 장비의 용해로 인해 PCB 오염은 계속되고 있다.

클로르단의 체내 대사체인 트랜스노나클로르의 혈청 농도가 2.72배 증가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이 2.2배 높아졌고, PCB는 혈청 농도가 2.72배 증가할 때마다 1.4배에서 3.3배 높아졌다.

연구팀은 낮은 농도에 노출돼도 위험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혈청 샘플의 트랜스노나클로르 농도 중앙값은 7.3ng/g lipid이었다. 미국 일반 인구집단의 값이 17.3 ng/g lipid인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농도에 노출된 것이다.

우리나라 일반 인구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가정하면 이번 연구대상 집단은 일반 인구집단보다 노출이 훨씬 적은데도 잔류성 유기오염물질과 폐암 간의 연관성이 크다는 것이 밝혀졌다.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은 환경호르몬의 일종으로 체내 축적돼 인체 내분비계를 어지럽히고 면역체계를 손상시킨다. 인체와 생태계에 대한 독성, 잔류성, 생체 농축이 특징인데, 대표적으로 다이옥신, PCBs 등이 포함된다. 최근 국외연구에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에 노출되면 전립선암, 유방암, 간암, 비호지킨 림프종, 급성 골수성 백혈병 등의 발생을 높인다고 보고됐다.

박 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은 사용이 금지된 지 20~30년이 지난 후에도 생체에 남아 검출되고, 낮은 농도가 노출돼도 폐암 발생 위험 등 인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노출 저감을 위한 공중보건 정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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