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그래미 어워즈'에 균열을 냈다. 최근 '제63회 시상식'에서 후보로 지명되고 단독공연하며 아시아계에 인색하던 그래미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후에 K팝이 여전히 '인종차별의 벽'에 직면해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19일 가요계에 따르면, 미국의 수집용 일러스트 카드 제작사 '톱스(Topps)'는 지난 16일 홈페이지에 '2021 톱스 가비지 페일 키즈 새미 어워즈(Topps Garbage Pail Kids: The Shammy Awards)' 스티커 카드 시리즈를 공개했다.
'그래미 어워즈'를 기념해서 발행한 것이다. 하지만 방탄소년단 멤버들에 대한 일러스트 묘사가 문제가 됐다. 톱스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두더지 잡기' 게임기 속 두더지로 표현했다. 특히 그래미 어워즈 트로피를 뜻하는 축음기에 여러 번 맞은 듯, 방탄소년단 얼굴엔 멍과 상처가 가득하다.
방탄소년단이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이 불발된 것을 가학적이고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것이다. 상당수 네티즌들은 이를 조롱 의도로 해석했다. 미국 빌보드가 해당 제품과 관련 링크를 홈페이지와 트위터에 게재하며 논란이 커졌다.
방탄소년단의 팬으로도 알려진 USA투데이의 파티마 파르하(Fatima Farha) 에디터는 트위터에 "그건 풍자가 아니다. 완전한 인종차별주의다. 이런 시기에 아시아 그룹을 향한 폭력 묘사는 혐오스럽고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결국 톱스는 공식 사과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해당 제품에 대한 분노를 이해한다. 카드를 포함시킨 것에 대해 사과한다. 방탄소년단 카드는 세트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한류팬 1억 시대, K팝 위상 상승…반면 혐오도 증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사장 이근)과 외교부와 함께 펴낸 '2020 지구촌 한류현황'에 따르면, 2020년 9월 기준 전 세계 한류 동호회 수는 1835개, 한류 팬 수는 1억477만7808명으로 사상 최초 1억 명을 넘겼다.한류 팬수는 2019년의 9932만8297명 대비 약 545만 명이 증가했다. 동호회 당 회원 수도 전년 대비 약 2000명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미주 지역에서는 한류가 지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은 동호회들이 회원 수 평균 100만 명에 달하는 체계적인 조직 시스템으로 성장, 한류 강국이 됐다.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에서도 K-팝과 K-드라마를 중심으로 활발한 동호회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힘입어 미주 지역 동호회원 수는 전년 1215만 명 대비 30%가 증가한 1580만 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K팝의 위상이 높아지는 동시에 이를 경계하거나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 사이에서 혐오나 꼬투리잡기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독일의 한 라디오방송 진행자는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를 코로나19에 비유하는 등 막말을 해 논란을 자초했다. 사과를 했지만,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앞서 호주의 공영 방송과 그리스TV에서도 방탄소년단 외모 등을 비하했고 논란이 지속되자 사과했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시도하면서, 방탄소년단 등 K팝을 괜한 희생양으로 삼기도 했다. 혐오와 차별에 연대하는 K팝 팬덤
방탄소년단을 비롯 K팝 아티스트들은 이런 상황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자칫 섣불리 대응했다가는 혐오·차별주의자로부터 더 극심한 공격을 받거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대처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도 없다. 하지만, K팝 팬덤은 다르다. 세계 곳곳의 정치적인 사안에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있다. 그런데 왜 해외에선 K팝이 정치적 행동의 대표주자가 됐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