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P플랜 다시 '안갯속'으로
쌍용차 P플랜 다시 '안갯속'으로
  • 뉴시스
  • 승인 2021.03.2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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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2021.03.21. photo@newsis.com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2021.03.21. photo@newsis.com

신효령 기자 = 쌍용자동차의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Pre-packaged Plan, 사전회생계획)'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의 최종 투자 결정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쌍용차 노사에 뼈를 깎는 각오로 잠재적 투자자와의 협상에 임할 것을 당부한 만큼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당초 HAAH오토모티브와의 협상 기일을 지난 16일로 정했으나, 협상이 지연되면서 20일까지로 늘렸다. 쌍용차는 HAAH오토모티브에 이날까지 투자 의향을 밝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HAAH오토모티브와 투자 계약을 맺고, 회생 계획안을 전체 채권자와 공유해 P플랜 돌입을 위한 동의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P플랜은 채무조정을 강제할 수 있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와 신규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워크아웃을 혼합한 구조조정 방식이다. P플랜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협력업체 등 상거래 채권자와 산업은행 등 채권자 절반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P플랜에는 마힌드라가 감자를 통해 지분율을 낮추고 HAAH오토모티브는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51%)가 되는 방안이 담겼다.

인도중앙은행(RBI)은 마힌드라의 쌍용차 보유지분 감자안을 최근 승인했으며, 쌍용차는 이번 달에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에 필요한 비용 약 1억4000만원을 납부하는 등 P플랜 진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예정대로 P플랜을 추진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HAAH오토모티브가 쌍용차의 경영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하면서 소극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어서다. 투자 결정을 선뜻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HAAH는 쌍용차가 임직원 급여·세금 등을 충당하기 위해 발생한 3700억원의 공익 채권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AAH는 자신들이 쌍용차에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산업은행이 같은 규모의 금액을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산업은행은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 결정, 잠재적 투자자의 사업계획이 포함된 회생계획안에 대한 이해 관계자 합의 등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 노사가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는다)'의 각오로 잠재적 투자자와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쌍용차의 미래 사업성이 담보되어야만 금융 지원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은 잠재적투자자가 먼저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자금조달 증빙을 제시할 경우,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사업계획 등에 대한 타당성 검증 후 금융지원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뉴시스 DB) 2021.03.21. photo@newsis.com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뉴시스 DB) 2021.03.21. photo@newsis.com

쌍용차가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 결정, 산업은행의 지원을 이끌어내려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쪽에서 추가로 증자를 하든지, 아니면 사실상 매각 수순을 밟든지, 아님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계속해서 정책금융기관의 자금으로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쌍용차에 대해 더 이상의 공적자금 투입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이후 성과에 대해 평가하기로 되어있었던 회사다. 지금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가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짚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쌍용차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직원들 평균 연봉이 8000만원(2019년 기준)을 넘는데, 받을 것은 다 받으면서 회사가 생존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원들이 고액 연봉을 받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금융지원에 나서면 왜 국민 혈세가 투입되냐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쌍용차는 사기업이고, 공적자금 투입의 명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쌍용차를 살려야 하는 이유로 일자리 문제가 거론되는데, 자동차 회사는 차를 많이 안 팔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HAAH오토모티브가 투자를 안 하게 되면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쌍용차의 유일한 카드는 P플랜으로 가는 것"이라며 "HAAH에서 약 2800억원 투자를 받고, 산업은행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해 금융지원이 이뤄진다면 5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받게 된다. 이 돈으로 2년 정도 버틸 수 있다. 이것이 쌍용차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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