材 與 不 材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
材 與 不 材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
  • 김원회 고문(의학박사, 부산대학교병원)
  • 승인 2018.11.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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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여행길에서 깊은 산 속 길가에 가지가 무성하고 둘레가 몇 아름이나 되는 큰 나무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 나무 밑에 있던 벌목꾼들은 톱과 도끼를 들고 있으면서도 그 나무를 베지 않았다.

장자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그 까닭을 묻자, 그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 나무는 재질이 좋지 않아 쓸모가 없습니다."

"아!" 장자는 문득 크게 깨닫고 제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 나무가 이렇게 크기까지 오랫동안 아무 일 없이 자란 것도 이상할 게 없지. 원래 재목감이 아니거든, 사람의 처세도 이 나무 같으면 좋으련만"

그들이 깊은 산을 나왔을 때는 벌써 저녁 무렵이었다. 장자는 마을로 들어가 친구 집에서 밤을 지내려고 하였다. 친구는 그가 먼 길을 온 것을 기뻐하여 중노미에게 거위를 잡고 술을 준비하라고 분부했다.

중노미는 칼을 들고 이렇게 물었다. "주인님, 잘 우는 놈을 잡을까요, 울지 못하는 놈을 잡을까요?"

주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울지 못하는 거위는 쓸모없지? 그놈을 잡도록 해라."

장자의 제자가 곁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앞서 산 속의 큰 나무는 재목감이 못 되어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 주인의 흰 거위는 울지 못하여 먼저 죽임을 당하는군요.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처신하시겠습니까?"

장자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재목감이 되는 것과 못되는 것 사이에 있으려네, 그러나 그 사이는 도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참된 도가 아니므로 화를 아주 면하지는 못하네. 만약에 자연스러운 도에 의거하여 재목감이 되는 것과 못되는 것조차도 벗어나서 유유히 노닌다면 화를 면할 수 있을거야." 그렇게만 된다면 기리는 사람도 없고 헐뜯는 사람도 없어질거야. 때로는 용이되어 하늘을 날고 때로는 뱀이 되어 땅 속에 숨지. 시간과 함께 변화하니 애써 추구할 것도 없지. 때로는 위로 오르고 때로는 아래로 내려가 만물과 함께 혼연히 하나가 된다네. 이렇게 되면 혼돈한 상태에서 자유자재로 살며 외부의 사물에 부림을 받지 않고 외부의 사물을 부릴 수 있지. 그러니 어떻게 외부 사물에 얽매이겠나?"

▶ 어떤 것은 쓸모가 없어서 살아났지만 어떤 것은 쓸모가 없어서 폐기처분되었다. 쓸모 없음과 쓸모 있음 어느 쪽이든 한쪽으로만 집착하면 화를 당한다. 그렇다고 쓸모없음과 쓸모 있음의 중간에 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은 적당한 절충인데, 그 경우에도 화를 면치 못한다. 결국 가장 좋은 것은 쓸모없음과 쓸모 있음을 넘어서 쓸모에 초연한 것이다. 허심하고 무심한 경지, 자유자재한 경지가 궁극적으로 처해야 할 경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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