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교창, 최초 고졸 MVP 도전…"우승 더 목말라요"
송교창, 최초 고졸 MVP 도전…"우승 더 목말라요"
  • 뉴시스
  • 승인 2021.03.2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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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KCC 송교창, 유력 정규리그 MVP 후보
고교 졸업하고 대학 대신 곧장 프로 진출…2015년 3순위
주위 우려 잠재우고 리그 간판으로 자리매김…국내선수 득점·리바운드 2위
이번 시즌 끝나면 FA 자격까지
프로농구 전주 KCC 송교창

박지혁 기자 = 전주 KCC의 송교창(25·198㎝)이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최초로 고졸 출신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를 수 있을까.

송교창은 2020~2021시즌 47경기에서 평균 15.3점 6.2리바운드(이상 국내선수 2위) 2.2어시스트를 올리며 KCC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KCC의 정규리그 우승이 유력해지면서 송교창의 MVP 수상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우승 매직넘버 '2'다. 팀 사정상 자신의 원래 자리가 아닌 파워포워드를 맡았지만 이를 극복하며 공수에서 팀 공헌도가 높다.

송교창이 정규리그 MVP를 차지하면 처음으로 고졸 출신 선수가 영예를 안는 것이다. 송교창은 삼일상고를 졸업한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곧장 프로에 진출했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순위로 KCC 유니폼을 입었다. 보수적인 농구장에서 고졸 신화를 쓰며 조기 진출을 하나의 트렌드로 만든 선구자다.

24일 경기도 용인시 마북리 KCC 훈련장에서 만난 송교창은 "MVP에 대해선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다. 그보다 신인이던 2015~2016시즌 정규리그 우승 이후 팀 성과가 없었다"며 "우승이라는 타이틀에 목말라 있다. 꼭 통합우승 타이틀을 거머쥐고 싶다"고 했다.

약점을 장점으로 바꿨다

KCC에는 확실한 해결사 이정현이 있다. 이밖에 라건아, 이제는 떠난 타일러 데이비스 등 쟁쟁한 옵션들이 많다. 송교창이 자칫 궂은일만 전담으로 하는 도우미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구성이다. 그만큼 선수 구성이 탄탄하다.

하지만 송교창은 궂은일은 기본으로 삼고, 빠른 공수 전환과 높이를 활용해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

"안정적인 국내 4번(파워포워드) 자원 없인 우승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KCC가 탄탄한 가드진과 외국인선수 구성을 마치고도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다. 송교창이 메웠다. 약점이라고 지적받았던 자리를 오히려 자신의 장점을 통해 강점으로 이끌었다.

팀 공헌도와 함께 송교창의 가치가 대폭 상승한 배경이다.

송교창은 "지난 시즌 처음 4번을 하면서 막지 못했던 선수들이 많았다. 비시즌에 왜 막지 못했을까를 계속 고민하고 생각했다"며 "꾸준히 상대하고 경험하면서 나아진 부분이 있다. 또 가드 형들과 외국인선수들의 기량이 좋아 도움을 받은 부분이 많다"고 했다.

지난 시즌 대비 몸무게가 3㎏ 가벼워졌지만 요령이 생기면서 페인트존 플레이가 한층 안정감을 더했다.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매치업 상대로는 베테랑 함지훈(현대모비스)을 꼽았다.

프로농구 KCC 송교창

만약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다면 만날 것 같은, 가장 만나고 싶은 팀으로는 현대모비스를 언급했다. 송교창은 "숀 롱을 중심으로 유기적인 플레이가 장점인 현대모비스가 강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질 것 같지 않은 분위기가 있다. 점수를 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큰 무대 경험이 있는 형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며 "지난 시즌이 감독님의 농구를 경험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하고, 잘 융화돼 감독님의 농구가 완성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우승 청부사 애런 헤인즈까지 합류하며 KCC의 전력은 더 강해졌다. 송교창은 "팀 전체로 볼 때, 선수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정말 농구를 잘하는 선수"라며 "동료를 살리는 능력이 좋고, '잡으면 한 골'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본받을 게 많다"고 했다.

고졸 최초 MVP와 경쟁자 허훈

KCC는 2015~2016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으나 챔피언결정전에서 고양 오리온을 넘지 못해 통합우승을 완성하지 못했다. 신인이던 송교창은 평균 8분27초밖에 뛰지 못했다.

5년만의 정규리그 우승에 성큼 다가선 지금 송교창의 입지는 달라졌다. 이정현과 함께 주요 옵션으로 자리매김했고, 나아가 MVP 유력 후보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송교창은 "MVP에 대해선 솔직히 아무 생각이 없다. 그보다 신인이던 2015~2016시즌 정규리그 우승 이후 팀 성과가 없었다"며 "우승이라는 타이틀에 목말라 있다. 꼭 통합우승 타이틀을 거머쥐고 싶다"고 했다.

경쟁 상대는 지난 시즌 MVP 허훈(KT)이다. "마음을 비우고 하니 잘 풀리기 시작했다"는 허훈은 평균 16.1점 7.6어시스트로 물오른 기량을 뽐내고 있다. 국내선수 득점 1위, 어시스트 전체 1위다.

KT가 공동 5위에 머물러 있는 게 약점이지만 개인 기록과 임팩트를 감안하면 두 시즌 연속 MVP 가능성이 없지 않다.

송교창은 "(허)훈이 형은 정말 다 잘하는 것 같다. 특히 2대2가 최고"라며 "거기서 파생되는 옵션이 많고, 매우 위력적이다. 동료들을 잘 살려주면서 KT 공격을 이끄는 게 인상적이다"고 했다. 허훈의 장점 중 꼭 하나 배우고 싶은 것으로도 2대2를 언급했다.

전창진 KCC 감독은 "개인 기록은 물론이고 팀 성적이 뒷받침된다. 특히 (송)교창이는 팀 상황에 맞게 포지션을 바꾸면서도 자신의 장점을 잘 살려 팀에 크게 기여했다. 당연히 MVP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명투수를 꿈꾸던 야구소년, 농구공을 잡다

송교창은 농구보다 야구를 먼저 시작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명투수를 꿈꾸며 마운드에 올랐다. 아버지 송희수씨는 "(송)교창이는 활동적인 아이가 아니었다. 매일 집에서 책만 보고 있는 모습이 걱정스러워서 활동적인 걸 해보자는 생각으로 야구를 시켰다"고 기억했다.

고압적인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8개월 만에 나왔다.

그래도 활동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껴 스마일 슈터로 유명했던 김훈이 운영한 농구교실에 보내 공을 잡게 했는데 2개월 만에 본격적으로 선수를 하고 싶다고 나섰다고 한다.

송씨는 "아이의 장래가 걸린 일이기 때문에 김훈 선생님과 면담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께서 '교창이는 너무 왜소해서 농구하면 안 된다. 그냥 취미로 하게 하라'고 말씀하셨다. 교창이가 의지가 강해서 삼일중학교에 가서 테스트를 받고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했다.

송교창은 "김훈 선생님께서 당시 운동부 분위기가 지금과는 많이 달랐고, 내가 워낙 왜소하니까 고생길이라고 생각해서 추천을 안 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웃었다.

송씨는 "교창이가 어린 나이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큰 부담을 가졌는데 잘 견뎌내고 성장해서 대견하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어려서부터 여러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금도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며 "교창이가 받은 사랑과 관심을 꼭 농구장에 다시 베풀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보탰다.

초대박 FA 나오나

보통 대학교 4년과 군복무를 모두 마친 로터리픽(1~4순위) 출신 선수들이 첫 FA 자격을 얻는 나이는 29~30살이다. 1996년생인 송교창은 우리나이로 스물여섯이다.

남들보다 3~4살 어리지만 조기 진출로 이번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FA) 자격을 얻는다. 젊음과 기량을 겸비했으니 높은 가치는 당연하다.

송교창은 FA와 관련해 "뻔한 대답이지만 우선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그때 가서 좀 생각을 하고 싶다"고 했다.

옆에서 바라보던 최형길 KCC 단장이 "교창아, 너 FA로 다른 팀에 가 버리면 KCC는 해체다. 해체"라고 농담을 던지자 "그럼 남아야겠네요"라며 웃었다.

정규리그 MVP 수상과 함께 통합우승을 이끈다면 송교창의 가치는 더 폭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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