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한진일가 밀수·관세포탈 수사 어디까지
관세청, 한진일가 밀수·관세포탈 수사 어디까지
  • 뉴시스
  • 승인 2018.11.2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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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 제외, 4명 기소 의견 송치할 듯"
조현아 전 부사장 영장 재신청 가능성 배제못해
수사권 확대 추진 관세청의 수사능력 보여줄 가늠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밀수 혐의' 피의자 신분 세관 출석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밀수 혐의' 피의자 신분 세관 출석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로 시작된 한진그룹 일가에 대한 관세청의 수사가 종착역으로 향하고 있다. 

25일 이 사건을 수사중인 관세청과 인천세관 등 세관당국은 "늦어도 다음달 중으로는 조현아씨를 포함한 한진 일가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짓고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관당국이 검찰에 관세포탈, 밀수 등 혐의로 송치하는 한진 총수 일가는 조양호 회장을 제외한 조씨의 부인 이명희씨, 두딸인 현아·현민씨, 아들인 원태씨 등 모두 4명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모두 관세법 위반으로 밀수, 세금포탈 혐의가 적용됐다. 이명희씨는 관세포탈 혐의에 대한 수사중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횡령 혐의가 들어나 검찰에 고발조치되기도 했다.

관세청이 가장 폭넓게 조사한 피의자가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이다. 포토라인에 수차례 서기도 했으며 영장이 신청됐다가 반려된 이후에도 꾸준히 인천세관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자택·협력업체까지 압수수색, 결정적 증거는 못찾아

 관세청은 지난 4월 21일 조양호 일가의 자택 및 인천공항 제2미널 내 대한항공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사무실, 전산센터, 중구 한진관광 사무실은 물론 경기도 일산의 협력업체까지 전방위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7개월 간의 수사 과정에서 10여차례에 걸친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2.5t이 넘는 현물도 확보했다. 또 100여명에 이르는 참고인 조사를 벌였으며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을 비롯해 이명희씨, 조현민씨, 조원태씨도 차례대로 불러 조사했다.

첫번째 압수수색때 관세청은 밀수로 의심되는 물품을 사진촬영해 목록을 만들었고 사무실 등에 있는 컴퓨터와 태블릿PC 등을 확보해 분석했다. 

또 해외에서 600달러 이상 물품구매시 자동통보되는 해외 여행자 물품구입 전산시스템을 활용해 5년치 총수일가의 카드 내역을 미리 확보, 자택 등에서 촬영한 물품과 카드 내역을 대조해 해당물품의 국내 반입경위에 대해 확인하는 것은 물론 대한항공의 10년치 수입통관자료도 분석했다.

특히 조 회장과 현민씨 등이 함께 사는 자택에서 '비밀의 공간'까지 확인했고 일산 협력업체서는 현아씨의 물품으로 추정되는 2.5t 규모의 현물을 압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조현아씨의 밀수혐의가 막중하다고 보고 관세청은 지난 7월 23일 조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인천지검에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은 밀수입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고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면서 보완수사를 통해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확인하라며 영장을 반려했다.

세관당국이 10여차례에 걸친 압수수색과 방대한 자료 분석 및 대조작업에서 결정적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장이 반려되자 관세청의 수사동력은 급격히 떨어졌고 범죄행위를 특정하는 작업으로 인해 4개월간의 시간이 흘렀다.  

관세청 관계자는 "범죄 혐의에 대해 건건이 대조하는 과정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며 "대한항공 국내 관계자는 물론 해외지사 인력들도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유의미한 진술, 증거, 물증이 확보됐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 거리에서 대한항공 직원연대 승무원들이 시민들에게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 갑질 근절’  서명을 받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 거리에서 대한항공 직원연대 승무원들이 시민들에게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 갑질 근절’ 서명을 받고 있다.

◇조현아 영장 재신청 가능성 높아… 한진일가 사건 세관의 수사능력 가늠자 될 듯

 세관당국은 해외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한 카드 내역이 없고 법인에 대한 초기수사에서도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한 조양호 회장을 제외한 4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 중 죄질이 불량하고 혐의가 무겁다고 판단되는 조현아 전 부사장은 검찰의 보강수사 지휘에 따라 추가 소환조사를 거쳐 구체적으로 범죄혐의를 특정한 뒤 영장을 재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관세청은 조 전 부사장이 해외에서 구매한 수억원 상당의 개인물품에 대한 관세를 내지 않았고 대한항공 직원을 동원해 총수 일가 추정 물품을 조직적으로 해외에서 몰래 들여왔다고 보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영장이 반련된 후 추가로 압수수색을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소환조사는 계속해서 진행 중"이라면서 "현물, 카드내역, 수출입 자료 대조를 통해 확보된 자료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고 부인하는 부분은 추가수사를 통해 상당부분을 보완해 왔다"고 자신했다.

그는 또 "추후 수사과정에서 구속영장 재신청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사는 연말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압수수색 당시 증거물품을 빼돌렸다는 의심과 지속적인 범죄혐의 부인도 영장 재신청 가능성을 높여주는 이유 중 한 가지다. 

관세청의 이번 한진 총수 일가의 밀수 및 관세포탈 행위에 대한 수사는 관세청의 수사권 확대와도 연관돼 있어 범죄추적과 혐의입증에서 수사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

조현아씨에 대한 영장 재신청 및 영장 발부여부, 검찰 송치 뒤 한진 일가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지 여부 등에서 관세청과 검찰이 판단이 엇갈린다면 세관 수사권 확대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관세법과 대외무역법 위반 범죄에 대한 수사권에서 수출입거래와 관련한 형법상 사기, 횡령, 배임 범죄도 수사할 수 있도록 수사권을 확대키로 하고 이달 초 법무부에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법 개정 요구안을 제출한 뒤 대검찰청과 협의를 진행중이다.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이명희씨의 사례처럼 무역관련 범죄를 수사하다가 형법상 배임, 사기 등의 혐의가 포착돼도 세관에는 수사권이 없어 검찰에 고발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수출입거래와 관련한 범죄행위에 대해 일관되고 종합적인 수사 필요성이 있어 사법경찰관리 직무법 개정을 추진중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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