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20년 넘게 손발 맞춘 '원팀'…폐암3기 완치 현실로
[인터뷰]20년 넘게 손발 맞춘 '원팀'…폐암3기 완치 현실로
  • 뉴시스
  • 승인 2021.03.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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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다학제팀, 풍부한 다학제 진료 경험
여러 과 긴밀한 협진·면역항암제 통해 폐암3기 완치율 높여
"4기 또는 뇌전이 됐어도 포기 말아야...최선 다하면 완치가능"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다학제팀.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성환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김성경 호흡기내과 교수, 심병용 종양내과 교수, 조덕곤 흉부외과 교수.

백영미 기자 = 폐암은 한국인 암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 전체 환자의 60% 이상이 3,4기에 진단 받는다. 그렇다고 치료 자체를 포기해선 안 된다. 최근 폐암 3기를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인체 면역 세포의 활성을 통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치료제인 면역항암제가 등장한 데다 환자를 중심에 둔 다학제진료로 완치 가능성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다학제팀은 20년 넘게 축적해온 풍부한 다학제 진료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폐암 3기 완치를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심병용 종양내과 교수, 조덕곤 흉부외과 교수, 김성경 호흡기내과 교수, 김성환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최근 뉴시스와 가진 비대면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전체 치료를 기획하는 과정으로, 모든 의료진이 모여 병리기록, 영상 등 환자 검사 결과를 분석하고 논의한다"며 "치료 방법을 결정하면 바로 실행하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조치를 취해 해결한다"고 다학제 진료를 소개했다. 

다학제팀은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마다 한 곳에 모여 폐암 환자별로 진단을 통해 병기를 설정하고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을 논의한다.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핵의학과 의료진이 총출동해 머리를 맞댄다. 진료 환경이 척박했던 2000년부터 '원팀'으로 움직여 누구나 언제든지 환자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

조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가 동석한 가운데 각 진료과 교수들이 병기나 조직검사, 엑스레이, CT(컴퓨터 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법) 등의 검사 결과나 수술 이후 결과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한다"며 "과별 일대일 진료의 경우 환자가 여러 과를 방문해야 하지만 다학제 진료는 한 번에 진행돼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환자들의 진료 만족도도 높다. 다양한 과 전문의들이 자신에게 정확하게 어떤 암에 걸렸고, 암이 어떻게 생겼는지 상세히 설명해주고 치료 방법을 안내해 주기 때문이다. 그동안 환자들은 담당 의사로부터 앞으로 어떤 치료를 받게 되는지 듣는 것이 사실상 전부였다.

다학제팀 안에서 각 과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까.

김성경 교수는 "전이 여부 등을 세밀하게 살펴보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임파선이 조금 부어 있거나 커져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수술 여부를 결정하려면 임파선 전이가 맞는지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수술이 가능한 병기라도 CT에서 전이가 의심되거나 환자의 연령, 폐 기능을 고려했을 때 수술 후 오히려 환자가 더 힘들지 않을까 고민한다"고 했다.

김성환 교수는 "방사선 치료는 1기 환자라도 신장이나 폐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을 할 수 없는 경우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고 효과도 좋다"며 "4기 환자, 예를 들어 뇌 전이 환자라도 방사선 치료의 일종인 방사선 수술을 통해 뇌 전이를 없애고 생존율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폐암 3기 초에는 수술을 전제로 항암방사선 치료를 먼저하고 암의 진행이 더 이상 없으면 수술을 하지만, 특정 환자는 처음부터 수술이 도움이 되기도 하고 수술보다 항암방사선 치료가 필요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종양내과는 어떤 약제이든 환자가 부작용 없이 치료를 잘 마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데, 3기 폐암 환자를 마주했을 때 가장 고민스럽다"고 했다.

 수술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초기 1,2기 폐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료가 까다로운 3기는 다학제 진료, 면역항암제 처방 등을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심병용 종양내과 교수와 조덕곤 흉부외과 교수가 폐암 3기 말기 72세 환자의 CT 영상을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심 교수는 "폐암 3기는 치료법을 선택하기 어렵다"며 "어떤 진료과에서, 어떤 의사가 먼저 진료를 보는지에 따라 치료 방법이 바뀔 수 있는데, 다학제 진료는 이런 오류를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기의 경우 수술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하는 항암방사선 치료는 완치 가능성이 10~15%에 불과했지만 면역항암제 처방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완치율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유럽종양학회 학술대회(ESMO 2020)에서 발표된 퍼시픽(PACIFIC) 임상 결과에 따르면 수술이 불가능한 3기 폐암 환자에게 면역항암제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를 투여하고 4년간 추적 분석한 결과, 전체 생존율이 약 50%에 육박했다.

심 교수는 "임핀지는 한국에서도 보험 급여가 되고 있어 완치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면서 "면역항암제라 부작용이 크지 않아 환자 만족도도 높다"고 알렸다. 조 교수는 "환자에게 좋은 무기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현재 임핀지는 3기 폐암 환자에게 유일하게 사용 가능한 면역항암제다.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폐암 3기 환자는 항암 방사선 치료 외에 면역항암제로 임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실제로 다학제팀은 폐암 3기 말기 72세 환자에게 2019년 5월부터 7월까지 항암 방사선 치료를 한 뒤 임핀지를 1년 가량 처방해 효과를 봤다. 심 교수는 환자가 지난 1월 마지막으로 촬영한 CT 영상을 보여주면서 "재발없이 잘 지내고 있다"며 "당시 3기 말기였고 임파선까지 전이된 상태였지만, 현재 완전 관해(증상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학제팀은 각 전문의가 '환자 중심 진료'를 목표로 오랜기간 손발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각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성환 교수는 "하모니가 제일 중요하다"면서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고, 조화롭게 결정할 수 있느냐에 따라 치료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비결을 공개했다. 조 교수는 "최우선인 환자를 위해 서로 (본인이 돋보이겠다는)욕심을 버려야 한다"면서 "좋은 것도, 어려운 것도 서로 나눠야 원활하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현재 폐암 3기는 완치 마지노선으로 알려져 있어 3~4기로 진단받은 환자들은 치료를 받기도 전에 절망하거나 치료에 소극적이기 쉽다. 병원은 암 스트레스 클리닉이나 전담 코디네이터를 통해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치료만큼 중요한 것은 병마를 물리치겠다는 환자의 투병 의지다.

 조 교수는 다학제팀을 대표해 "Do not abandon(포기하지 말라), 4기이거나 뇌까지 전이가 됐어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암 진행이 아무리 많이 됐어도 최선을 다해 치료 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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