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프레디 머큐리 27주기, 어떤 소수자의 불멸 영생
'퀸' 프레디 머큐리 27주기, 어떤 소수자의 불멸 영생
  • 뉴시스
  • 승인 2018.11.2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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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머큐리
프레디 머큐리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퀸'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감독 브라이언 싱어) 열풍이 이 밴드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1946~1991) 신드롬으로 번지고 있다. 24일 27주기를 맞아 절정에 달했다.  
  
퀸은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 획을 그은 그룹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비틀스' '롤링스톤스' '레드제플린' '핑크플로이드' 등 다른 영국 출신 밴드들보다 덜 조명된 것이 사실이다.  

'보헤미안 랩소디' '위 윌 록 유' '위 아 더 챔피언스'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등 명곡들이 산발적으로 CF, 영화 등을 통해 인기를 끌었으나 팀 자체에 대한 주목도는 떨어졌다. 마니아 위주로 추앙받아왔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도 개봉 전 국내 흥행성공 전망은 불투명했다. 퀸과 머큐리가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으나, 록과 성소수자는 흥행요소가 아니어서다. 머큐리 역의 라미 말렉(37)의 인지도도 낮았다.  

하지만 머큐리의 내면 묘사와 소외된 아웃사이더에서 전설이 된 인생반전, 퀸의 명곡들이 어우러지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로 인해 팀과 머큐리도 새삼 톺아보게 됐다. 

퀸은 1971년 영국 런던에서 머큐리, 브라이언 메이(71·기타·보컬), 로저 테일러(69·드럼·보컬), 존 디콘(67·베이스)에 의해 결성됐다. 1973년 데뷔 앨범 '퀸'부터 머큐리의 사망 이후 발매된 '메이드 인 헤븐'까지 15장의 스튜디오 앨범과 여러 장의 라이브 앨범, 베스트 앨범을 발매했다. 현재까지 2억장 이상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퀸은 멤버 네 명 모두가 히트곡을 보유한 작곡가다. 밴드가 결성된 당시로서는 드물게 넷 모두 대졸자인 '고학력 밴드'였다. 머큐리는 본래 디자인을 전공해 그림에도 재능이 있었다. 대영제국 왕실 문장을 떠올리게 하는 퀸의 유명한 '불사조 로고'도 직접 그렸다. 

죽어서도 이름이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지만 사실 머큐리는 태생부터, 죽을 때까지 소수자 중 소수자였다. 이민자, 양성애자 등 그의 중심을 붙잡는 정체성은 주류의 그것이 아니었다.  

1946년 아프리카 잔지바르, 현 탄자니아에서 태어났다. 복잡한 혈통의 집안은 대대로 소수 종교인 '조로아스터교'를 믿었다. 독특한 외모의 머큐리는 자신의 집안 내력을 비밀에 부쳤다.  

 부친을 따라 인도를 거쳐 10대 때 영국으로 이민 온 그는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수하물을 나르기도 했다. 이는 영화에서도 그려진다. 밴드를 결성했다가 해체하기를 수차례 한 끝에, 퀸을 통해 꿈을 이루게 된다.  

 시공간을 초월해 세계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가수를 뽑는다면, 머큐리는 적어도 톱3 안에는 든다. 4옥타브를 넘나든다고 할 정도로 음역대가 폭넓었다. 오페라 가수를 뛰어넘는다는 평도 있다. 덕분에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오페라 록'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개척할 수 있었다.  

양성애자이면서도 항상 애정에 궁핍했던 그는 애묘가이기도 했다. '고양이 집사'였던 셈이다.  

머큐리의 마지막도 영화 같았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하이라이트인 1985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에티오피아 난민 돕기 자선 공연 '라이브 에이드' 이후 2년 뒤인 1987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감염된 사실을 알았다. 

투병 생활을 이어갔으나 그가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린 건 1991년 11월23일이다. 이튿날 4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퀸과 머큐리의 음악적 성취는 머큐리에 대한 가십으로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 좋은 화젯거리였던 셈이다. 하지만 그와 퀸의 음악은 오래도록 남았다. 결국 좋은 음악은 모든 것을 이긴다. 퀸의 음악을 사용한 발레 '발레 포 라이프', 퀸의 음악 만으로 구성한 뮤지컬 '위 윌 록 유' 등이 보기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22일 국내에서도 히트한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2016)의 누적관객(360만명)을 넘었다.  

극장 상영관마다 퀸의 노래를 따라하는 싱얼롱이 열풍이다. 실제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관객들은 처음에는 쭈빗거린다. 그러다가 영화 중반에 퀸의 대표곡으로,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는 '위 윌 록 유'가 흘러나오면 흥얼거림을 시작한다. 

드디어 하이라이트인 극의 종반부, '라이브 에이드' 장면에서 폭발한다. 이런 쾌감 덕분에 'N차 관람'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 방송사 ABC뉴스는 이를 흥미롭게 여기며 '보헤미안 랩소디' 한국 흥행성공 소식과 관객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메가박스는 27번째 머큐리 기일에 퀸의 노래를 따라부르는 '돌비 애트모스 메모리얼 & 싱얼롱 상영회'를 연다. 당일 고양 스타필드 등 전국 8개 메가박스 MX관에서 펼쳐지는데 이미 표가 동이 났다. 이날 머큐리 코스프레 의상을 입고 오겠다고 예고한 관객들의 글이 소셜 미디어에 넘친다.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아니 '퀸 오브 아워 라이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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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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