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마사', 역사 왜곡 논란에 결국 폐지…"심각성 인식"(종합)
'조선구마사', 역사 왜곡 논란에 결국 폐지…"심각성 인식"(종합)
  • 뉴시스
  • 승인 2021.03.2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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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 중지 요구…2회만에 결국 방송 취소
SBS "80% 촬영 마쳤지만, 무거운 책임감"
기업들 줄줄이 광고중단·지자체 지원 철회
SBS 새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 포스터.

강진아 기자 =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SBS TV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결국 폐지된다.

SBS 측은 26일 공식 입장을 통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여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SBS는 본 드라마의 방영권료 대부분을 이미 선지급한 상황이고 제작사는 80% 촬영을 마친 상황"이라며 "이로 인한 방송사와 제작사의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SBS는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방송 취소를 결정했다"고 알렸다.

지난 22일 첫 방송 된 '조선구마사'는 시작과 함께 역사 왜곡 및 동북공정 논란에 휩싸였다. 태종과 충녕대군, 양녕대군 등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되 창작에 의한 허구를 바탕으로 했다고 밝혔지만, 역사 왜곡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극 중 충녕대군이 서역에서 온 구마사제인 요한 신부 일행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장면 등 중국식 소품과 의복 등 사용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최근 중국이 김치, 한복 등을 자국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국내에 반중 정서가 커진 상황에서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이에 제작진은 "상상력을 가미해 소품을 준비했다. 변방을 설명하기 위한 설정이었을 뿐, 어떤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고, 방영 중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며 청와대 국민 청원은 물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도 폭주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국민 청원은 19만명을 넘었다.

이 같은 비판 여론에 제작 지원 등에 참여한 기업들과 지방자치단체들도 잇따라 발을 뺐다. 온라인에서 불매운동까지 거론되고, 논란이 확산되자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코지마, 호관원, 뉴온, LG생활건강, 에이스침대, 쌍방울, 하이트진로, 바디프랜드, 삼성전자, 명인제약 등 제작지원부터 단순 광고 편성까지 광고를 줄줄이 철회한다는 입장이 나왔다. 드라마 세트장 촬영 장소를 협찬한 전남 나주시와 경북 문경시도 촬영지 사용 허가 취소 및 인센티브 회수, 장소 협찬 로고 삭제 등을 요구했다.

'조선구마사' 방영 중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26일 19만명을 넘었다

전주 이씨 종친회(전주이씨대동종약원)도 드라마 방영 중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종친회는 지난 24일 "'태종, 양녕대군, 충녕대군 등 역사의 실존 인물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게 왜곡해 방영했다"며 "대다수 국민들과 세계인이 조선왕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잘못된 역사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계속되자 SBS는 사과 입장을 내고 다음 주 결방 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1·2회 VOD 및 재방송도 중단했다.

제작사 또한 "일부 의복 및 소품이 중국식이라는 지적은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명백한 제작진의 실수다. 예민한 시기에 큰 혼란을 드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실망을 드려 사과드린다"며 "다만 중국 자본이 투입된 드라마라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역사 왜곡 및 동북공정 논란 등으로 여론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결국 결방 대신 폐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고, 방송 2회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조선구마사'는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악령과 백성을 지키기 위해 이에 맞서는 인간들의 혈투를 그린 드라마다. 배우 감우성, 장동윤, 박성훈 등이 출연하며, '육룡이 나르샤' 등을 연출한 신경수 PD가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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