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자 압박 예상에 고민 깊어지는 삼성전자
美 투자 압박 예상에 고민 깊어지는 삼성전자
  • 뉴시스
  • 승인 2021.04.0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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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반도체 추가 투자 요청 예상돼
미국 요구 들어주기엔 중국 눈치 보여 곤혹
이재용 부회장 부재에 삼성전자 결단 주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다이닝룸에서 반도체 등의 미국 공급망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급망 안정을 위해 동맹과 협력할 것을 분명히 했다. 

옥승욱 기자 =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예상되는 미국의 투자 압박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고, 그렇다고 미국 요청에 따르자니 중국 측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2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리는 주요 반도체, 완성차 기업들과 반도체 부족사태에 대한 긴급 대응방안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미국 정부는 삼성에게 반도체 투자를 압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누가 참석하는지 의제가 무엇인지 조차 공표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부담이 크다는 이야기다. 다만 재계 안팎에서는 김기남  DS(반도체·부품)부문 대표이사,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DS부문 미주총괄 정재헌 부사장 등이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수감 중이라 당연히 참석할 수 없다.  

 반도체 부족 사태에 시달리는 미국 입장에서는 삼성 투자가 절실히 요구된다. 포드 GM 테슬라 등 미국 주요 기업이 반도체 부족 사태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기에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 내 생산기지 확보가 무엇보다 당면과제다. 따라서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투자를 앞둔 삼성에게 대규모 지원을 압박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현재 미국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은 170억 달러를 투자하며 반도체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오스틴 지역이 증설 부지로 유력한 상황이다.

미국의 요구가 단순히 공장 증설에만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장기적인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위해 미국이 삼성과의 관계 재설정에 나서기 위한 여타 주문을 해올지도 모른다. 삼성으로서는 임기를 이제 막 시작한 바이든 정부의 뜻에 반기를 들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미국 측 요구를 마냥 들어주기 어려운 측면도 엄존한다. 또다른 최대 시장인 중국 측 심기를 거스르게 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일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에 반도체와 5세대(5G) 이동통신 분야에서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 반도체 최대 시장인 중국이 우리에게 직접 손을 내밀었단 대목에서 관계 당국과 삼성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전체 수출량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까지 더해진다면 수출 비중은 60%까지 올라간다.

이처럼 양 국가가 동시에 투자 압력을 행사해 오고 있어 삼성전자는 더욱 곤혹스런 처지다. 일방적으로 한쪽을 선택한다면 다른쪽 시장을 잃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실제 삼성전자에 추가 투자를 요청한다면 거절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여러모로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면서 "결국 미중 사이에서 균형감 있는 줄타기 대응이 유일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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