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들의 정신적 고통이 갈수록 커진다
20대 청년들의 정신적 고통이 갈수록 커진다
  • 지태영 기자
  • 승인 2021.04.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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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진료를 받는 이들이 늘어나는 등 20대 청년들의 정신적 고통이 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취업 스트레스 등 사회적 요인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7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분장애로 진료를 받은 이들 중 20대 비율은 16.8%(17만1000명)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기분장애'란 장기간 과도한 슬픔이나 과도한 기쁨, 또는 이 두 감정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정서 장애가 수반되는 정신 건강 장애다. 우울증 및 조울증이 포함된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추이를 보면 기분장애로 진료를 받은 20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엔 3만명이 늘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20대 정신건강의 취약성은 자살률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2019년 20대의 전년 대비 자살률은 9.6%로 다른 세대(10대 2.7%, 60대 2.5% 등)보다 특히 크게 올랐다. 자살은 20대 사망원인 1위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20대의 정신건강이 악화되는 배경에 경기 침체로 인한 취업난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울증을 개인적인 유전질환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항상 사회적 요인이 있다"며 "가장 큰 요인은 경제적 불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대는 취업난 때문에 경쟁이 가장 심한 연령대"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큰데 비정규직이 많은 상황이라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더 많은 걸로 보인다"고 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요즘은 스펙을 쌓아도 사람이 많아 구별이 안되고 옛날처럼 쉽게 취업되지 않는다"며 "코로나19 이후 일자리 수 자체도 줄고 일자리의 질, 그리고 취업한 후에도 지속성에 있어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경제적 불안정이 정체감 불안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이 교수는 "심리적 측면에서도 나는 누구고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지 삶의 계획이 불확실하다"며 "(20대가) 이것을 견뎌야 하는 심리적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자 있으면 생각 자체가 (부정적으로) 파고들어가서 우울해지는데, 그렇지 않아도 1인 가구가 많은데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만남이 더 제약되니 우울증에 취약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회경제적 대책으로 20대의 정신질환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심리상담 지원 등 사후적 도움보다는 예방에 힘써야 한다"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줄이거나 약자들에게 긍정적 우대조치를 하는 등 불평등 요소를 줄이는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미술관, 도서관, 체육시설 등 공동체의 장을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20대들이 취업을 하는 데 걸림돌이 많다"며 "정부에서 그런 문제들을 파악하고 진로 상담을 실시할 때 실업급여 안내 이상으로 실질적인 지원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일자리뿐 아니라 민간에서 일자리 창출이 될 수 있는 환경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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