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값, 기는 소득'…내집 장만은 '아득한 꿈'
'나는 집값, 기는 소득'…내집 장만은 '아득한 꿈'
  • 뉴시스
  • 승인 2018.12.0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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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9월 서울 PIR배수 13.4배…2008년來 역대 최고
서울집값 21.2%↑…소득(4.6%) 상승속도보다 빨라
주택소유, 계층·지역·세대 문제로 비화…다층적 불평등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7월 5주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6% 상승했다. 사진은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에서 바라 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7월 5주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6% 상승했다. 사진은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에서 바라 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미친 집값에도 소득수준이 정체되면서 내집 장만 꿈은 그야말로 '꿈' 같은 일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평균 자산중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68.2%(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를 차지한다. 부동산가격이 들썩이면 계층간 자산 불평등도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3일 국민은행 KB주택가격동향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전국 소득·주택가격 3분위 기준 '소득대비 부동산 가격비율(PIR배수)'은 5.5배로 지난 2분기 5.8배보다 0.3배포인트(p) 감소했다. 

이 통계는 주택시장의 5분위별 전국 평균가격과 가계 전국 평균소득을 비교해 주택가격 수준과 구매력을 비교하기 위한 지표다. PIR배수 5.5배의 의미는 연봉을 한푼도 쓰지 않고 5.5년치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로 전분기 대비 지표가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서울만 놓고 보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서울의 3분위 PIR배수는 3분기 기준 13.4배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8년 12월 이래 역대 최고수준으로 치솟았다. 

이 지표는 2008년 12월 11.9에서 출발해 2009년 3분기 12.1로 정점을 찍고 이후 횡보하다 2012년부터 서서히 하락해 2014년 1분기중 8.8까지 내렸다. 

이후에는 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에 상승을 지속해 2016년 2분기 들어 10.0을 다시 넘어섰고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2분기 11.0▲3분기 11.2 ▲4분기 11.5 ▲올해 1분기 12.1 ▲2분기 12.8 ▲3분기 13.4로 급격한 상승세를 나타내며 역대 최고치를 매분기마다 경신중이다.

서울의 PIR배수가 빠르게 치솟는 이유는 소득상승 속도보다 집값 상승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8년 3분기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4만8000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4.6% 성장했다. 반면 한국감정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지난 9월 통계기준 5억8739만원으로 전년같은기간 4억8449만원 대비 21.2% 상승했다.

계층간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는 추세다. 

지난 3분기 소득 5분위별 소득 동향을 보면 5분위(8.8%), 4분위(5.8%), 3분위(2.1%) 등 중상위 계층의 소득은 전년 같은 분기 대비 상승했지만 2분위(-0.5%), 1분위(-7.0%)는 떨어졌다. 

서울 집값도 고가주택일수록 더 많이 올랐다. 올해 9월 기준 분위별 전년 대비 서울 집값 상승률은 ▲5분위 20.9% ▲4분위 17.2% ▲3분위 10.0% ▲1분위 3.8% ▲2분위 3.3% 순이다. '똘똘한 한 채' 현상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양극화 추세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불평등 정도를 '0(완전평등)~1(불평등)' 사이의 숫자로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양극화 지표인 '지니계수'도 악화되고 있다. 특히 자산 불평등 문제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순자산(자산-부채) 지니계수는 2017년 3월말 기준 0.586로, 같은 해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 0.357보다 높아 더 심각한 수준이다.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1년 0.619에서 ▲2012년 0.617 ▲2013년 0.605 ▲2014년 0.594 ▲2015년 0.592 ▲2016년 0.586로 매년 개선되다 2017년 들어 하락세가 멈췄다. 올해 서울 집값 상승세 대비 소득 정체 상황을 감안하면 격차가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 양극화 문제는 계층은 물론 지역, 세대간 문제로 점차 퍼져나가고 있다. 

올해 서울 집값이 치솟고 있는 반면, 지방으로 눈을 돌리면 경기 침체와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빈집과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다.

또 주택 보유 여부에 따른 고령층-젊은층간 불평등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2017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주택 소유연령을 보면 50대가 350만3000명(25.6%)로 가장 많고, 이어 40대 24.3%, 60대 18.4%, 30대 13.2%, 70대 10.8% 등 순이다. 

반면 젊은층에게 내 집 장만은 아득한 꿈이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와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와 함께 계간지 '동향과 전망'에 최근 발표한 ‘세대 간 자산 이전과 세대 내 불평등의 증대: 1990~2016’에 따르면 연령별 지니계수는 20~24세가 0.691로 전체 연령에서 가장 높다. 자산 축적은 꿈도 못 꾸는 상황에서 빚만 지는 청년층의 어려운 상황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다. 

세대내 불평등도 문제다. 

고령층(만 65세 이상)의 경우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가 2017년 기준 0.570으로,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0.371보다 높은 수준이다.주택을 소유한 일부계층은 부동산을 구입하고 다음 세대한테 증여·상속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산을 쌓아 올렸지만 나머지는 가진 게 주택 밖에 없거나, 그마저도 없는 빈곤 계층으로 나뉜다.

젊은층도 마찬가지다. 고액 자산가들의 부의 대물림은 갈수록 활발해지는 추세다. 한국감정원 '주택 거래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기준 전국 주택 증여 건수는 9만217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7만685건 대비 30.4% 증가하며 관련 통계작성을 시작한 2006년 이래 최고치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김상훈 의원(자유한국당)에게 제출한 '임대사업자 주택등록 현황'(개인기준)에 따르면 올 1~7월 기준 미성년자 임대주택사업자는 179명으로 크게 늘어 불평등이 확산되고 있는 세태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 집값 상승세가 수도권, 그리고 전국적으로 차별화되는 양상을 보인 것은 과거에는 없었던 현상"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규제책이 서울에 있는 상대적으로 좋은 주택에 대한 희소가치를 오히려 올려주면서 문제를 심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양극화를 막겠다고 나서면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게 된다"면서 "오를때 많이 오른 지역은 실제로 떨어질때도 더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정기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감시팀장은 "부동산을 가진 일부에게만 수혜가 돌아가면서 자산 격차를 벌리고 양극화를 키우고 있다"면서 "부동산 불로소득이 일반 노동에 비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지 못하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주변시세보다 저렴한 공공주택, 분양가 공개 주택 등 공급을 늘려서 집을 사재기하는 다주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면서 "또 부동산을 통해 발생소득에 대해 세금 환수를 강화해 지나친 불로소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공시지가 현실화를 통해서 과세 기준이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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