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가 어찌 대붕의 뜻을 알랴
참새가 어찌 대붕의 뜻을 알랴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8.12.0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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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옛날 풀 한포기 나지 않는 아득한 북쪽 땅 끝에 하늘 못이라고 하는 어두운 바다가 있었다. 그 바다에는 곤이라는 물고기가 있었는데 그 몸뚱이는 수천 리나 되어 아무도 그 크기를 알 수가 없었다. 이 곤이라는 물고기가 변하여 붕이라는 새가 되는데 그 새는 무엇과도 비교할수 없을 만큼 컸다. 등은 높디높은 태산과 같았고, 날게를 펼치면 먹구름처럼 하늘을 가리고도 남았다.

회호리바람이 불면 그 힘을 빌려 두 날개를 펴고 날아올라, 바람을 타고 단번에 구만 리를 날아갔다. 등으로는 푸른 하늘을 지고 날개로는 구름을 가르며 곧장 남쪽으로 날다가 남쪽 바다에 내렸다.

메추라기 한 마리가 가시나무 떨기 속에서 폴짝폴짝 뛰어 놀다가 붕이 하늘을 날아가는 것을 보고 재잘거리며 비웃었다. "아 저 멍청한 녀석 좀 보게, 큰 바람이 불지 않으면 날지도 못하니 얼마나 우스워! 나는 한 자도 뛰어오르지 못 하고 몇 길밖에 못 날지만, 뛰고 싶으면 뛰고 날고 싶으면 날면서 쑥대밭이나 가시 떨기 속을 마음대로 들락거리니 얼마나 자유로운가, 그런데 저 새 좀 보게, 하하, 도대체 어디로 날아가는가."

▶ 장자는 인간과 자연이 크게 조화를 이룬 세계를 지향한다. 붕은 바로 이런 경지에 오른 인간의 초월과 무한한 정신의 자유를 상징한다. 메추라기는 현실적 삶의 조건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을 가리킨다.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쑥데밭이나 가시 떨기를 들락날락하는 메추라기처럼 일상에 사로잡혀 여기저기 분주하게 쏘다니는 사람의 눈에는 구만리 창공을 날아가는 붕과 같이 대자유의 경지에 노니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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