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바이오프린팅' 미세한 부분까지 안면 윤곽 복원해
'3D바이오프린팅' 미세한 부분까지 안면 윤곽 복원해
  • 전현철 기자
  • 승인 2021.06.14 0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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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진형 티앤알바이오팹(246710) CTO(최고기술경영자)는 티앤알바이오팹을 창업한 이래 자사의 3D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환자에게 적용한 사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으로 안면윤곽을 복원해준 A씨를 소개했다.

심 CTO에 따르면 A씨는 임신 당시 얼굴에서 종양을 발견했다. 당장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모성이 앞섰던 그녀는 아이를 먼저 건강하게 낳는 쪽을 택했다. 수술을 출산 뒤로 미룬 바람에 종양은 그 사이 크게 번졌고, 뒤늦게 얼굴의 종양을 제거했지만 안면 절반 가까이를 걷어내야 했다. 얼굴 절반이 함몰된 채 20년을 살았던 A씨는 지난 2015년 3D바이오프린팅 기술로 이전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심 CTO는 "안면 재건은 보통 자신의 뼈를 이용하는데, 갈비뼈나 엉덩이뼈를 깎아 쓰다 보니 얼굴 윤곽대로 정확히 구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복원을 해도 어색한 경우가 대다수죠. 하지만 우리의 3D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원래 얼굴과 흡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좌측 얼굴CT를 미러링(180도로 바꾸는 일)해서 3D바이오프린팅을 거쳐 A씨의 안면 절반 가까이 함몰된 얼굴 뼈를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떠올렸다.

3D프린터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디자인한 물체를 실제 모형으로 구현하는 장치로, 지난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연설에서 언급하면서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이보다 앞서 심 CTO는 포항공대에서 바이오엔지니어링을 전공하며 3D프린터에 바이오를 접목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포항공대 연구실 선배(윤원수 대표)를 필두로 지도교수(조동우 기술고문)의 자문을 얻어 지난 2013년 3월 지금의 회사를 설립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지난 2018년 11월 코스닥에 상장, 현재 SCI급 논문 200편 이상에 국내외 123건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3D바이오프린팅은 말 그대로 3D프린터로 생체조직 등을 만드는 개념이다. 그렇다 보니 이날 찾은 판교 연구소도 절반은 '바이오', 절반은 '프린터'실로 꾸며져 있었다. 절반엔 묵직하고 큰 프린터 네 대와 기계장치가 놓여있고 나머지 절반은 곧 프린팅될 세포가 배양되고 있었다.

심 CTO는 "우리는 이 프린터들을 팔지 않습니다. 경쟁우위가 이 프린터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작은 개별 부품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전부를 저희가 직접 다 만듭니다. 프린터를 팔기보다 필요에 따라 달리 프로그램 했을 때 나오는 생체조직 등을 파는 식이죠"라고 설명했다.

그는 "몸속 조직들은 패턴이 작고 정교하고 복잡합니다. 이를 구현하려면 기존의 기술처럼 깎거나 찍어내는 것보다 원하는 위치에 세포 등을 뿌리고 적층하는 방식이어야 하는데, 여기에 3D프린팅이 적합하죠. 대량 생산에서는 불리하긴 하지만 A씨의 사례처럼 밸류에이션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입니다"라고 말했다.

3D바이오프린팅이란 개념이 여전히 생소하다는 기자에게 "세계적으로 의료기기와 생체재료 시장은 이미 형성됐지만 3D프린팅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3D프린터를 만드는 회사가 제법 있긴 하지만 초기 단계부터 바이오 분야로 상품화까지 전 과정을 모두 다루는 회사는 저희가 세계에서 유일하고 선두입니다. 그게 차별화 포인트이자 경쟁력"이라고 답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현재 자본금 42억원에 임직원 약 70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절반이 연구원일 정도로 그 비중이 높다. 지난해 비브라운코리아와 신경외과 부문 조직재생과 치료용 제품을 공동개발하고 판매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올초 식약처 품목허가를 획득한 뒤 국내 판매를 본격화하기 위해 매진 중이다. 티앤알바이오팹은 제품 생산과 공급, 비브라운코리아는 각 대리점과 제휴해 유통과 판매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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