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우민호 감독,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영화 '마약왕
[리뷰]우민호 감독,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영화 '마약왕
  • 뉴시스
  • 승인 2018.12.2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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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약왕'
영화 '마약왕'

 2018년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혀온 '마약왕'이 베일을 벗었다. 개봉 전부터 영화 '내부자들'(2015)을 연출한 우민호(47) 감독과 '1000만배우' 송강호(51)의 만남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실망감이 매우 큰 작품이다. 송강호·조정석(38)·배두나(39) 등 스타급 배우가 총출동했지만, 시너지를 찾기 어렵다. 난해한 시나리오와 연출 때문에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지 않는다. 

물론 영화에 대한 감상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는 혼자 만들어 감상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적어도 상영을 목적으로 하는 작품이라면, 관객이 공감할 지점은 있어야 한다. 

배우 송강호 
배우 조정석
배우 배두나

하지만 '마약왕'은 이야기 설득력이 떨어진다. 개연성 없이 겉돈다. 감독이 대체 뭘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결국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사실만 확인된다. 배우들의 명연기로도 각본과 연출의 부실함은 채울 수 없다.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라고 여겨지던 1970년대가 영화 배경이다. 근본 없는 밀수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다. '잘살아 보세'라는 미명 아래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실제 마약 유통 사건들을 모티브로 재창조했다.

하급 밀수업자였던 '이두삼'(송강호)은 우연히 마약 밀수에 가담, 마약 제조·유통 사업에 눈을 뜨게 된다. 본격적으로 마약 범죄의 세계에 뛰어든 이두삼은 뛰어난 처세술과 위기 대처 능력으로 단숨에 업계를 장악, '마약왕'으로 거듭난다.

사교계를 주름잡고 있는 로비스트 '김정아'(배두나)가 합류하면서 승승장구한다. 이두삼이 만든 마약은 '메이드인 코리아'라는 브랜드로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까지 세력을 확장한다. 막대한 부를 이용해 정·재계 인사와 어울리면서 권력의 중심에 다가선다. 

하지만 열혈 검사 '김인구'(조정석)가 움직이면서 이두삼의 삶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김인구는 마약 유통의 중심에 이두삼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를 집요하게 쫓는다. 그럼에도 이두삼의 위험천만한 행보는 지속한다.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갖고 있어도 현재에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이 '사람'이기도 하다. 영화는 욕망의 노예가 돼버린 인간의 타락을 그렸다. 문제는 딱 거기까지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준 기존 영화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우 감독은 "'국가는 범죄자, 세상은 왕'이라 부르며 권력과 돈을 지배한 한 남자의 흥망성쇠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1972년부터 1980년까지 약 10년간 한 남자의 이야기를 제한된 영화의 러닝타임 안에 어떻게 담을까 하는 것이 가장 큰 미션이자 중점을 둔 부분"이라며 "'이두삼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쫓아갈까'를 고민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지만, 정작 영화에서는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소시민이 마약왕이 되고, 그 마약왕이 몰락하는 과정이 가장 큰 뼈대다. 그렇다면 돈과 권력을 향한 이두삼의 욕구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그를 권력의 세계로 이끄는 김정아를 향한 마음 등에 관해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돈과 권력에 대한 집착을 그저 당연한 것, 인간 본연의 모습인 것처럼 설정해버렸다. 앞뒤 설명 없이 극 전개는 뻔하고, 인물들의 심리에 공감하기 어렵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은데 설명이 부족하다. 

'내부자들'과 달리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권력자들의 이면을 리얼하게 담아내지도 못했다. 모든 것은 시나리오와 연출 문제다. 난해하고 불친절한 작품이다. 고생은 고생대로 했지만 호평을 듣기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감독이 배우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송강호는 데뷔 이후 가장 파격적인 변신을 꾀했다. 하지만 작품이 아니라, 마약 흡입 연기만 관객들의 기억에 강하게 남을 것 같다. 139분,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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