횃불을 밝혀 두고 어진 사람을 찾았으나
횃불을 밝혀 두고 어진 사람을 찾았으나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8.12.2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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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라 환공은 관중을 임용하여 개혁 정치를 펴 국력을 부강하게 함으로써 춘추 제일의 패자가 되었다. 그는 널리 어진 선비들을 모집한다는 자신의 결심을 나타내기 위해 밤낮으로 궁정 앞에 횃불을 밝혀두고 각지에서 찾아오는 인재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웬일인지 꼬박 1년 동안 횃불을 밝혀 두어도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어느날 동쪽 교외에서 어떤 시골뜨기가 찾아와 만나기를 청하면서 자기는 구구단을 외우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환공은 너무 가소로워서 사람을 보내 이렇게 말했다. 그걸 가지고 나를 만나러 왔다고?"

시골뜨기가 대답했다. "궁정 앞에 횃불을 밝혀 둔 지 1년이 넘었어도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군요. 왕은 너무나 뛰어난 재능과 원대한 책략을 가진 군주이기 때문에 감히 오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의 구구단 외우기는 말할것도 없이 별 볼일 없는 재주지요. 그렇지만 임금님께서 저를 예우하신다는 소문이 퍼지면 참으로 재능 있는 참된 배움을 가진 사람들이 오지 않을 리 없을 겁니다. 태산이 높은 것은 자갈 하나도 물리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강과 바다가 깊은 것은 작은 시내도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시경>에도 있듯이 옛날의 총명한 군주들은 일이 생기면 나무꾼과 농부에게도 가르침을 청했다고 합니다. 이렇게만 한다면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아 큰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환공은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 시골뜨기를 융숭하게 대접했다. 과연 한 달도 못 가서 사방의 유능한 인재들이 다투어 몰려들었다.

제나라 환공
제나라 환공

> 제나라 환공은 춘추시대 제일의 패자다. 공자도 그의 패도 정치를 일정 부분 좋게 평가했다. 현대에서도 패정이 서주 봉건제와 진-한 제국의 과도기에 참정적으로 질서를 유지한 것으로 평가한다. 제나라 환공이 패정을 실시하고 제나라를 번영시킬 수 있었던 데는 인재 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환공이 제후가 되기 전에 경쟁자인 공자를 돕던 관중이 활을 쏜 일도 있었지만 환공은 제후가 되고 나서 포숙의 추천을 받아 관중을 등용하여 패정을 이루었다. 지도자가 열린 마음으로 인재를 등용해 유능한 인재가 몰려든다. 작은 능력이라도 버리지 말고 적절한 장소에 쓴다면 쓰지 못할 능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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