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목숨값은 어떻게 정해지나...'생명 가격표'
인간의 목숨값은 어떻게 정해지나...'생명 가격표'
  • 뉴시스
  • 승인 2021.08.0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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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가격표

이수지 기자 = 9·11 테러 사건의 보상기금 특별위원장이었던 협상 전문 변호사 케네스 파인버그가 고안한 보상 산출 방식은 비경제적 가치, 피부양자 가치, 경제적 가치를 합산한 것이었다.

비경제적 가치는 모든 희생자에게 25만 달러라는 동일한 금액이 책정됐다. 피부양자 가치는 모든 피부양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됐다. 희생자에게 배우자가 있으면 10만 달러 추가 , 피부양자가 한 명 늘어날 때마다 10만 달러씩 추가됐다.

경제적 가치는 희생자 소득에 기반하여 책정됐다. 이 가치는 희생자의 평생 기대소득, 각종 수당 및 기타 혜택을 계산한 뒤 희생자 실효세율에 맞춰 조정해 얻은 값이었다. 이 계산법에는 희생자 나이, 정년까지 남은 햇수, 기대 소득 증가분에 대한 정보가 포함됐다.

그 결과 어떤 희쟁자에게는 다른 희생자 생명의 거의 30배에 달하는 가치가 매져졌다. 왜 이같은 차이가 났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생명 가격표'에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것은 값이 매겨진다.

유엔인구기금에서 유엔 주요 사업의 수석 데이터모델러를 맡아 온 통계학자이자 보건경제학자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은 이 책에서 '인간 생명의 가치 측정'이라는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대 사회의 핵심 문제를 파고든다.

생명 가격표는 불공정할 때가 많고 젠더, 인종, 민족, 문화적 편견이 작용하며 노인보다는 젊은이, 빈자보다는 부자, 외국인보다는 내국인, 타인보다는 가족의 생명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낮은 가격이 매겨진 사람들은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이 책은 인간 생명에 일상적으로 가격표가 매겨진다는 사실, 이 가격표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이 가격표는 투명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사실, 이런 부당함이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가격표가 낮게 책정된 사람들이 사회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높은 가격표가 붙은 사람들에 비해 더 큰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다양한 분야의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연아람 옮김, 328쪽, 민음사, 1만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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