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차 가을쯤 중고시장 풀릴 가능, 중고차 소비자들 주의 필요

2022-08-11     김윤희 기자

폭우가 강남·서초 등 서울 남부지역에 집중되면서 수입차 침수 피해도 접수 건수만 2500건이 넘은 상황이다. 고가의 수입차의 경우 폐차하는 경우가 적어 오는 가을쯤 중고시장에 대거 풀릴 가능성이 높다. 중고차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0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주요 4개 보험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피해 건수는 국산차 4355건, 수입차 2171건으로 총 6526건에 달한다. 추정 손해액만 884억 5천만원이다.

범위를 보험사 12개 전체로 넓히면 접수된 차량 침수 피해 추정 건수는 국산차 5124건, 수입차 2554건으로 총 7678건이며 추정 손해액은 977억 6천만원으로 늘어난다. 침수차의 경우 보험처리를 하려면 자기차량손해 담보(자차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하는데, 가입률이 약 71.4%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비 피해가 클 때면 차량 침수 피해도 함께 늘어났다. 협회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21년까지 장마 등 집중호우 및 태풍 등으로 인해 보험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 건수는 총 13만3854건(추정손해액 총 5458억원)에 달했다.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한 피해 건수(4만1042건)가 가장 컸고, 2012년 태풍 볼라벤·덴빈·산바 및 집중호우(2만3051건), 2020년 태풍 바비·마이삭·하이선 및 장마(2만1194건) 등이 뒤를 이었다.

자차보험을 들었더라도 구체적으로는 '단독사고 손해배상 특약'에 가입돼 있어야 침수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다만 비가 와서 교통 통제를 하는 곳에 무리해 들어갔다거나, 창문·선루프를 열어놔서 물이 들어가는 등 본인 과실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면 보상받을 수 없다. 또 자동차 피해에만 국한되기 때문에 차 내부에 둔 물건 등에 대해선 보험처리가 안 된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물이 엔진룸 높이까지는 차오르지 않고 타이어만 일부 잠기는 정도의 침수 피해를 입었을 경우엔 보험처리로 수리를 받고 다시 이용이 가능하다. 반면 사이드미러까지 물이 차 엔진룸이 완전히 잠기는 등 침수 피해가 클 경우엔 '전손(全損·보험목적물 전체가 멸실된 상태)' 처리 결정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자동차관리법 제26조의2(침수로 인한 전손 처리 자동차의 폐차 처리)에 따라 전손 결정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30일 안에 폐차를 해야 한다. 위반 시 지연 기간에 따라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전손 처리할 경우 보험사로부터 '자동차 전부 손해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데, 추후 신차 구매 시 취·등록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또한 최근 "이번 집중호우로 침수차량이 예년에 비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민의 안전 및 침수차량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전손처리된 차량은 반드시 통보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폐차장으로 폐차 요청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자차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보험 처리를 하지 않은 침수 차량의 경우 중고차 시장으로 유입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번 폭우는 고가의 수입차가 상대적으로 많은 강남·서초 지역에 집중된 만큼 폐차보다는 중고차 시장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시세 차익이 국산차보다 크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카히스토리'를 통해 차량번호를 입력하면 침수 여부를 조회할 수 있다. 또 국토교통부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자동차 365'에서도 자동차 정비업자가 입력한 차량 정비 사항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 또한 보험사에 침수 사고 피해를 접수했거나, 자동차 정비업자가 수리 내역을 전산처리한 경우에만 확인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중고차를 구매할 예정인 소비자들은 외관과 내부를 잘 살펴보는 등 침수 여부를 직접 확인해 사기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간단한 방법으로는 안전벨트를 끝까지 뽑아서 살펴보거나, 고무 몰딩 뜯어보기, 조수석 글로브박스 내 에어컨 필터 확인, 엔진룸 내부 배선 및 퓨즈 박스 확인 등이 많이 알려져 있다.

침수차의 경우 수리·정비를 받은 뒤에야 중고차 시장에 나올 수 있으므로 약 1~2개월 뒤인 올해 가을쯤부터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일부는 번호판 교체 등을 거쳐 해외로 수출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편 폭우 예보가 있을 경우엔 가급적 차량을 고지대에 주차해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사전에 침수를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주행 중이라면 고인 물을 지날 때는 기어를 저단에 놓고 가속페달을 떼지 않은 채 한 번에 지나가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또 폭우 상황에서는 가급적 저지대나 지하 도로를 주행하지 않아야 하며, 이동이 가능한 경우라면 엔진룸 침수를 막을 수 있도록 안전한 곳으로 차량을 신속히 이동시켜야 한다. 만약 물이 엔진룸이 잠길 정도로 차기 시작했다면 감전을 예방하기 위해 즉시 시동을 꺼야 한다.

전기차의 경우 고전압 배터리는 방수 기능이 강화된 특수 팩으로 돼 있는 데다가, 침수 시 수분 감지 센서가 작동하는 등 차체로부터 절연돼 있기 때문에 감전 염려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침수가 발생하면 가급적 신속히 시동을 끄고 대피해야 한다.

천둥·번개 등이 칠 경우엔 충전기 사용을 중지하고, 충전기 커넥터를 하늘 방향으로 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비가 올 때 충전 장치에 수분이 유입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만약 충전을 한다면 물에 젖은 손으로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침수됐을 경우 배수 후에는 안전을 위해 고전압 케이블(주황색)과 커넥터, 고전압 배터리를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서비스센터 등에 연락해 조치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