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한국 국민 안심 확보해야"…하야시 "방사능 초과시 방출 중단"
모니터링 공유·이상시 방류중단 요청 한일고위경제협의회 연내 재개 조율 北도발 규탄…한일중 협력 중요 공감
최서진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 계기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양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 자카르타 샹그릴라 호텔에서 만나 회담을 시작했다. 지난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계기 회담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한국 측에선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와 김상훈 아시아태평양국 심의관, 이준일 북핵외교기획단장, 윤현수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선 이와모토 아주심의관과 에사키 대신비서관, 무라카미 조정관과 오시마 과장보좌가 참석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이날 10분 가량 일찍 회담장에 도착해 문 앞에서 박 장관을 기다렸다. 박 장관이 도착하자 양측은 서로 악수하며 안부를 주고받았다. 박 장관은 "어제 도착했나"라고 묻기도 했다.
양측은 이날 예정된 시간인 30분보다 더 긴 약 45분간 회담을 진행했다. 전날 양국 정상이 논의했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전날 이뤄진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하면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2일(현지시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정상회의 계기 정상회담을 갖고 핵심 의제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놓고 논의했다. 정부는 방류 점검 과정에 우리 전문가가 참여하고, 모니터링 정보 공유 등을 일본 측에 요청하는 한편, 방사성 물질 농도 초과시 즉각 방류 중단을 요청했다.
박 장관은 하야시 외무상에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일본 정부가 높은 투명성과 신뢰성을 유지하고 과학적 안정성은 물론 국민의 안심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일본 측에 ▲실시간 모니터링 정보공유 ▲기준치 초과 등 이상상황 발생 시 방류 즉각 중단을 요청했다.
이에 하야시 외무상은 "모니터링을 통해 방사능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면 계획대로 방출 중단을 포함해 적절한 대응을 취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방류 점검 과정에 우리 측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고 언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오염수 방류 시점과 후쿠시마 수산물, 한국 야당 의원들의 일본 방문 등에 대해서도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 전문가 파견은) IAEA에 요청한 부분"이라며 논의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측은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외교장관 간 7번이나 만난 것을 상기하고, 전례 없이 긴밀한 소통을 통해 셔틀외교가 복원된 점을 환영했다. 정부간 협의체 뿐만 아니라 양국 기업·민간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단 점도 공감하며 실질 협력이 강화되고 있단 점을 평가했다.
또 양 장관은 한일고위경제협의회 연내 개최 재개를 위해 일정을 조율하기로 했다. 협의회는 우리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이 수석대표가 되어 각 경제부처를 망라하는 고위급 협의회로, 2017년 부산의 소녀상 설치로 일본이 반발하면서 지금까지 중단돼왔다.
양측은 전날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며 강력 규탄하고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박 장관은 "북한 주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외면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 개탄스럽다"며 북한이 비핵화로 복귀할 수밖에 없는 전략적 환경 조성을 위해 공조를 강화하자고 전했다.
양측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 엄중한 국제정세 하에서 지역 및 글로벌 현안 관련 한일간 협력 공조를 강화해나가는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높아지는 아세안의 중요성과 관련해 한국, 일본, 중국간 협력 중요성에 공감하고, 3국간 정상회의 협력체의 조기 재활성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