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혈액순환 둔해지면…실명원인 1위 '이것' 부른다

추위에 혈액순환 저하 혈당 상승 당뇨 오래될수록 유병률 높아져

2023-12-28     뉴시스

 백영미 기자 = 겨울철에는 혈액순환 저하, 체중 증가, 비타민D 부족 등으로 혈당이 상승해 당뇨망막병증 발병이 늘어난다. 당뇨망막병증은 성인 실명 원인 1위다. 초기 이렇다 할 증상이 없어 주기적인 안저 검사를 통한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당뇨망막병증은 지속적인 고혈당으로 혈관이 손상되면서 눈의 망막에도 허혈성 손상이 생겨 발생한다. 심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다. 특히 겨울철에 주의해야 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과 신경, 근육 위축으로 인한 혈액순환 저하, 활동량 감소에 따른 체중 증가, 일조량 감소로 인한 비타민D 부족으로 혈당이 상승해 당뇨병이 악화할 수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의 미세혈관 합병증 중 하나다. 망막은 아주 예민하고 얇은 조직이여서 약간의 출혈로도 큰 타격을 받는다. 문상웅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안과 교수는 "당뇨병으로 인한 고혈당은 망막 모세혈관에 손상을 가져오고, 망막 전반에도 허혈 손상을 일으키게 된다"면서 "출혈 이후 혈액 성분이 망막으로 유출돼 부종과 신생혈관이 생길 수 있고 심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 관리를 잘 하더라도 10~20년이 지나면 당뇨망막병증이 생길 수 있다. 당뇨병 유병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당뇨망막병증의 유병률도 함께 증가한다. 당뇨망막병증 유병률을 보면 ▲당뇨병 진단 당시 1.9%, ▲유병 기간이 5년 이내 14.6%, ▲6~10년 22.9%, ▲11년 이상 40.1%, ▲15년 이상 66.7% ▲30년 이상이면 약 90%에 달한다. 또 40세 이상 성인 당뇨병 환자 중 당뇨망막병증의 유병률은 19.6%로 알려져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어느 정도 진행한 후 증상이 발생한다. 당뇨황반부종이 생기면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흐려지거나 어둡게 보이고 시력 저하가 나타난다. 망막의 혈관이 터져 유리체 출혈이 발생하면 갑자기 눈앞에 무언가 떠다니거나 얼룩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견인망막박리가 발생하면 시야가 어두워지거나 시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망막과 유리체뿐 아니라 안구의 앞쪽에도 신생혈관이 자라 안압 상승을 유발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안구 통증, 두통, 구역, 시력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초기 증상이 없기 때문에 환자가 증상을 느꼈을 때는 이미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조기 진단과 빠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처음 당뇨병을 진단 받았을 때부터 주기적으로 안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문 교수는 "당뇨망막병증 소견이 없거나 혈당조절이 잘 된다면 1~2년 간격으로, 당뇨망막병증이 있는 경우 심하지 않으면 6개월~1년마다,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에는 3~6개월마다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병 초기 혈당조절, 혈청지질조절, 혈압조절, 금연 등 당뇨병을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 인자를 우선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당뇨망막병증이 진행돼 망막에 출혈이 발생하면 위치가 중요하다. 망막 중심부까지 출혈이 오지 않았다면 레이저나 약물 치료로 중심부를 보전해 시력을 지킬 수 있다.

이미 중심부를 침범했으면 예후(치료 경과)가 좋진 않지만, 수술이나 레이저, 약물로 중심부 신경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유리체 출혈, 견인망막박리가 발생했다면 유리체 절제술을 시행한다.

당뇨망막병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뇨병의 조절, 특히 헤모글로빈에 포도당이 결합된 '당화혈색소' 조절이다. 문 교수는 "당화혈색소 수치가 1% 높아질 때마다 당뇨망막병증의 위험도가 1.4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면서 "초기에는 증상이 없으므로 주기적인 안저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