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김치·와인 계열사 강매로 공정위 제재…"이호진 전 회장 개입은 없어"

2019-06-18     뉴시스
김성삼

태광그룹이 이호진 전 회장 등 총수일가의 사익을 위해계열사 및 임직원들에게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김치를 제조 판매해 공정거래 당국으로부터 수십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가운데 회사 측은 "해당 의결서를 받아보고 내용을 확인할 계획"이라며 말을 아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가 이 전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부터 김치와 와인을 구매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 금지 위반 혐의를 적용해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하고 관련 계열사 19개 모두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17일 밝혔다. 

공정위는 이 전 회장과 김기유 그룹 경영기획실장도 같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태광은 그룹 최대주주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티시스의 실적이 악화되자 티시스 사업부인 휘슬링락CC에서 김치를 제조해 계열사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각 계열사는 직원 복리후생비, 판촉비 등으로 김치를 사들인 뒤 직원들에게 성과급 등 급여 명목으로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등 일부 계열사는 회사 손익에 반영되지 않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해 김치를 사들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경영기획실을 통해 그룹경영을 사실상 통괄했다고도 언급했다. 휘슬링락CC가 영업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자 2013년 5월 역시 자신의 소유인 시스템통합(SI)업체 티시스에 합병시키고 그래도 실적이 나아지지 않자 김 실장에 지시해 김치 거래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태광은 또 이호진 전 회장의 부인과 딸이 소유한 와인유통회사 메르뱅도 비슷한 방식으로 지원했다. 그룹 경영기획실 차원에서 2014년 7월부터 각 계열사에 선물 제공 사안이 발생할 때 메르뱅 와인을 활용하도록 하고, 8월부터는 메르뱅 와인을 임직원 명절 선물로 지급할 것을 지시했다.

이 같은 정황은 계열사 노조의 폭로와 2016~2017년 국정감사를 통해 일부 드러나기도 했다.

그룹 측은 공정위 제재에 분주한 모습이다. 다만 "이 전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그룹 경영 개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대해 공정위도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