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세인트루이스와 계약…2년 최대 1100만달러(종합)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도 계약에 포함 "박찬호·류현진 선배 보며 꿈 키워왔다"

2019-12-19     뉴시스
김광현이

좌완 에이스 김광현(31)이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뤘다. 명문 구단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 MLB닷컴 등 현지 언론들은 18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가 왼손 투수 김광현과 계약했다"고 보도했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미국 입성을 노린 김광현의 협상 마감 기한은 내년 1월6일이었다.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계약이 마무리가 됐다.

이날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는 김광현의 입단 기자회견도 열렸다. 김광현은 등번호 33번이 적힌 카디널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구단은 김광현과의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MLB 네트워크의 존 헤이먼 기자에 따르면 연봉 400만달러에 2년 800만달러(약 93억원)의 계약이다. 매년 150만달러의 인센티브가 포함돼 있어 2년 최대 1100만달러(약128억원)에 이른다.

김광현의 에이전트에 따르면 계약서에는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도 포함돼 있다. 김광현의 동의 없이는 마이너리그로 보낼 수 없단 뜻이다.

김광현이

오랜 꿈을 마침내 이루게 된 김광현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준비해온 'Hello STL'이 적힌 팻말을 들어 현장 분위기도 밝게 만들었다.

김광현은 "무척 기대되고 떨린다. 2020시즌이 중요한 시즌이 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원하는 보직에 대해선 "선발 투수를 맡는 게 가장 좋지만, 팀에서 필요한 위치에, 필요한 선수가 되는 게 첫 번째다. 팀에서 정해주는 역할을 충실히 따르겠다"고 말했다.

세인트루이스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뉴욕 양키스(27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1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명문 팀이다.

김광현은 "어릴 때부터 야구를 잘 몰랐던 사람들도 세인트루이스는 알 정도로 명문 팀이다. 이 팀에서 뛰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광현이

한국인 투수가 세인트루이스에서 뛰는 건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두 번째다. 오승환은 2016~2017년 세인트루이스에서 활약했다.

김광현은 "승환이 형이 다른 팀에서도 있었는데, 많은 팀 중 세인트루이스가 제일 좋다고 이야기 했다. 이 팀 만의 룰 등을 형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광현은 2014년 말에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빅리그의 문을 두드렸으나, 계약에 실패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 하지 않았고, 두 번째 포스팅 도전을 성공으로 이끌어냈다.

한국인 선수가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계약을 한 건 류현진(2013년), 강정호(2015년), 박병호(2016년)에 이어 네 번째다. 2009년 최향남이 101달러를 적은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했지만, 마이너 계약이었다. 메이저리그 데뷔도 하지 못했다.

김광현은 "한국인 투수로서 박찬호 선배, 류현진 선배를 보면서 꿈을 키워왔다. 나도 그 마운드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광현이

한편, 김광현이 포스팅시스템으로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하면서 원 소속팀인 SK 와이번스도 이적료를 받게 됐다.

지난해 개정된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따르면 보장이 2500만달러 이하일 경우 메이저리그 구단은 이 액수의 20%를 원 소속팀에 지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SK는 김광현의 보장 금액인 800만달러의 20%인 160만달러를 받게 된다.

김광현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소속팀의 허락이 없었다면 여기에 올 수 없었다"며 'Thank You SK'가 적힌 팻말도 들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