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은 비싸고 짚신은 싸다 (踊 貴 屨 贱)

2018-09-14     장원영 기자

 

踊貴屨贱

제나라 경공은 형법을 매우 가혹하게 집행하여 걸핏하면 사람들의 발꿈치를 잘라 버렸다. 그래서 전문적으로 의족을 파는 가게까지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경공은 안영의 집을 바꾸어 줄 생각을 했다. "선생의 집은 시장 근처에 있어서 좁고 소란스러울 테니 깨끗하고 조용한 곳으로 바꾸도록 하시지요."

안영이 사양하며 말했다. "필요 없습니다. 그 집은 제 선친(안영의 부친 안약은 제나라 재상이었다)께서 사시던 곳 입니다. 제 업적은 선친에 비할바가 못되며, 제가 사는 집도 저에게는 사치스러운 곳입니다. 또 집 가까이 시장이 있어 아침저녁으로 장을 보기도 편리하니 저에게는 퍽 좋은 곳입니다. 괜히 제 집을 새로 짓느라 여러 사람을 번거롭게 할 필요 없습니다. "

경공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선생은 시장 근처에 살고 있으니 최근의 물가에 대해 잘 알겠군요."

안영이 대답했다. "당연히 알고 있지요."

"어떤 물건이 비싸게 팔리고, 어떤 물건이 싸게 팔립니까?"

"요즘은 형벌을 자주 집행하여 의족의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여 날마다 값이 치솟습니다. 그러나 짚신은 팔리지 않아 날마다 값이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경공의 낮빛이 몹시 붉어졌다. 이후 제나라에서는 다시는 발꿈치를 자르는 가혹한 형벌을 남용하지 않았다.

▶ 본질에 직접 접근하기보다 본질을 반영하는 흔한 현상을 포착함으로써 본질을 더 깊이 드러낼 수 있다. 안영은 가혹한 형벌을 중지하라고 노골적으로 말하지 않고, 의족은 비싸고 짚신은 싸다는 비유를 들어 더 효과적으로 경공을 설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