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직접시행, 관심은 끌었는데…주민동의 관건

빠른 속도, 재초환면제 등 당근책에 솔깃 강남권, 대형 단지들은 참여 가능성 낮아

2021-04-07     뉴시스

이예슬 기자 =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에 후보지가 100곳 넘게 몰리면서 예상보다 흥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조합원 2년 의무 거주 면제 등의 당근책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초반 흥행몰이는 성공했지만 주민 의견 수렴이라는 큰 절차가 남았다.

국토교통부는 2.4대책에서 발표한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 소규모재개발·재건축 등의 후보지 접수를 받아 모두 101곳의 사업성을 검토 중이라고 7일 밝혔다.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은 공공이 소유권을 받아 직접 시행한 후 소유주에게 입주권을 주는 식이다.

101곳 중 주민이 직접 제안한 후보지가 24곳, 정비업체 등 민간이 제안한 곳이 8곳으로 전체의 30%를 넘는다. 사업 참여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각종 인센티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기존  정비사업은 정비구역 지정에서 이주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13년에 달하지만, 공공이 직접 시행하면 5년 이내로 단축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교통영향평가, 건축심의 등을 통합 심의해 신속하게 인허가를 지원한다.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은 이익을 최고 50%까지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재초환이 면제되고, 조합원 2년 거주 의무도 적용하지 않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민 제안의 경우 대부분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 같이 대표성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는 분들이 제안을 한 경우가 많다"며 "정비사업 관리업체들이 공공직접시행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하는 것이 사업성 개선 효과와 속도 측면에서 적절하다고 판단해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지는 ▲교통 여건이 양호하고 정주환경도 좋지만 용도지역, 높이규제 등으로 사업성 확보가 곤란해 자력 개발이 어려운 지역 ▲구릉지에 위치하거나 부지 면적이 협소해 사업이 장기 정체되는 곳 ▲공공재개발로 이미 선정된 구역인데 사업성 비교를 위해 공공재건축·재개발과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 컨설팅을 함께 신청한 구역 등으로 크게 나뉜다.

접수된 후보지의 사례를 보면 인천의 역세권에 위치한 한 재개발 구역은 조합설립 후 2010년 시공사를 선정했지만 2종일반주거지역이라 사업성이 부족해 사업이 정체되다가 2018년 시공사 선정을 취소했다. 서울의 B재건축구역은 5000㎡ 미만의 좁은 부지에 기존 세대수가 200세대를 초과해 일반분양분이 거의 안 나오는 경우다. 1990년대 초반 조합이 설립됐지만 사업성이 낮아 후속 추진이 안 되는 지역이다.

이런 사례들을 비춰볼 때 규제완화가 필요하거나, 공공이 개입하지 않으면 사업성이 낮은 지역에서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101곳 중 강남권, 대형단지의 참여가 있었는지 여부가 관심사다. 정부는 적어도 10% 이상의 주민들이 사업을 희망한다는 점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구체적 지역을 밝히지 않을 계획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공공 주도는 스피드와 인센티브가 민간 주도 대비 큰 장점이기에 관심을 끄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강남권, 대형단지들의 참여 가능성은 낮을 것이고, 토지주를 비롯한 주민동의율이 사업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