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포어 시퀀싱 기술, 궤양·말초신경병증인 당뇨병성 족부질환 유발하는 원인균 파악 가능

2021-06-08     지태영 기자

 

기존 배양 검사보다 분석 성능이 우수한 최신 기술을 통해 당뇨환자 발에 발생하는 궤양·말초신경병증인 당뇨병성 족부질환(당뇨발)을 유발하는 원인균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문장섭· 정형외과 이동연·신경과 주건 교수팀은 당뇨발 환자에게서 수술 중 채취한 54개의 괴사조직 샘플에 최신 염기서열 분석법인 나노포어 시퀀싱 기술을 적용한 결과, 당뇨발 유발 원인균을 정확하면서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7일 밝혔다.

연구팀이 당뇨발 환자의 조직 샘플을 활용해 나노포어 시퀀싱 기술과 기존 배양검사의 성능을 비교한 결과, 시퀀싱 기술이 복합세균감염을 더 많이 찾아냈다. 이 기술은 표본 중 약 81%(44개)를 복합세균감염으로 진단했지만, 기존 배양 검사는 약 51%(32개)에 그쳤다. 12개의 복합세균감염을 단일세균감염(10개)으로 잘못 파악하거나 균 식별 자체에 실패(2개)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기술을 통해 복합세균감염 속에서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는 세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각 세균들을 정량화할 수 있었다. 시퀀싱 기술을 통해 가장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진 세균이 기존 배양검사에서는 식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했다. 배양 검사로 동정된 세균이 시퀀싱으로 확인한 결과 병변 내 매우 적게 존재하는 사례도 흔했다.

또 연구팀은 기존 배양 검사로는 프레보텔라, 박테로이데스 등 일부 혐기성균을 검출해낼 수 없었지만, 새로운 시퀀싱 기술로는 검출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배양검사에 의존한 기존 당뇨발 원인균 탐색과정에서 실제 세균 조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시퀀싱 기술은 기존 배양검사에 비해 분석 속도도 훨씬 우수했다. 일반 배양검사는 세균을 배양해 파악하는데 보통 2~3일에서 1주일까지 소요되는 반면, 시퀀싱 기술로는 대부분 하루 이내 원인균이 확인됐다.

포도당 수치가 높은 당뇨병 환자는 피의 점성이 높아져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다. 특히, 심장과 거리가 먼 발은 강한 하중을 받아 위험이 더 크다. 당뇨발은 감염이 발생하기 쉽고 심하면 발을 절단해야할 만큼 치명적이다.

문 교수는 “최신 분자유전학 기술을 활용해 당뇨병성 족부감염의 원인균을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환자의 예후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치료가 어려운 당뇨병성 족부감염의 기전을 밝히고 기존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연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