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약해진 전두환…"말 조심해 이놈" 9개월전과 딴판
쇠약해진 전두환…"말 조심해 이놈" 9개월전과 딴판
  • 뉴시스
  • 승인 2021.08.0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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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사과하냐" 요구에 말 없이 무대응
지난해에는 "말조심해 이놈아" 호통 쳐
중절모·안경 없이 마스크만…미간 찌푸려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재판의 1심 선고 이후 약 9개월 만에 다시 광주행에 오른 전두환(90) 전 대통령(오른쪽 사진). 왼쪽은 1심 선고공판 출석을 위해 광주행 길에 오른 지난해 11월30일(왼쪽) "사죄하라"는 일부 유튜버에게 "말조심해"라며 소리를 치는 모습. 

박민기 기자 =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 대통령 전두환(90)씨가 9일 다시 광주행에 올랐다. 1심 선고기일에 출석했던 약 9개월 전에 비해 부쩍 야윈 모습이었다.

이날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오전 자택을 나선 전씨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차량에 몸을 실었다. "국민 앞에 사죄하라"는 일부 유튜버들의 요구에 "말 조심하라"며 호통을 친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조 신부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씨는 이날 오후 광주지법에서 진행되는 항소심 3차 공판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 8시25분께 자택을 나섰다. 지난해 11월30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이후 252일 만이다.

회색 정장 차림에 마스크를 착용한 전씨는 지난해 11월30일에 비해 야윈 모습이었다. 지난해와 달리 안경도 쓰지 않고 마스크만 착용한 전씨는 잠시 손을 흔든 뒤 아무런 말 없이 정문 앞에 세워진 대형 세단에 바로 탑승해 광주로 출발했다. 

이날 전씨가 모습을 보이자 자택 앞에서 기다리던 일부 유튜버들이 "언제 국민 앞에서 사죄할 거냐" 등과 같은 질문을 하며 큰소리를 냈지만 전씨는 잠시 미간만 찌푸릴 뿐 별다른 대응 없이 차량에 올랐다. 차량에 몸을 실을 때도 전씨는 경호원의 손을 잡는 등 도움을 받았다.

전씨는 지난해 11월30일 1심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자택을 나섰을 때 "대국민 사과하라"는 일부 유튜버들의 요구에 그들을 노려보면서 "말 조심해 이놈아"라고 같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두환 씨가 9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3번째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전씨 측은 1심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전씨가 알츠하이머를 앓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아 불출석 상태에서도 재판이 진행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전씨는 대부분의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전씨는 지난해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약 2년3개월 동안 진행된 1심 과정에서 선고기일 등을 포함해 총 세 차례 재판에 출석했다.

그러나 전씨가 지난 2019년 11월 강원도에서 골프를 치고 같은 해 12월에는 '12·12 사태' 40주년을 맞아 지인들과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식당에서 인당 20만원 상당의 오찬을 가진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불거기도 했다.
 
당초 전씨는 이날 재판도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법원에 전달했지만 재판부가 "출석 없이 재판을 받는 것을 허용한 만큼 제재 규정에 따라 증거 신청 제한 등의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다"고 하자 출석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전씨가 앞선 공판에서 두 차례 연속 정당한 사유 없이 법정에 나오지 않자 형사소송법 제365조 2항(피고인 진술 없이 판결)에 따른 결석재판을 허가했다.

재판부가 결석재판을 허가하되 피고인의 불출석으로 인한 증거 신청 제한 등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하자 전씨 측도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두환 씨가 9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3번째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김재근)는 이날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사자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씨에 대한 항소심 3차 공판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씨는 지난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쓰는 등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지난해 11월30일 전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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