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결산⑬]'체조여왕' 바일스, 선수들의 정신건강을 묻다
[도쿄올림픽 결산⑬]'체조여왕' 바일스, 선수들의 정신건강을 묻다
  • 뉴시스
  • 승인 2021.08.1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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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체조여왕' 시몬 바일스 (사진=시몬 바일스 인스타그램 캡쳐)
美 '체조여왕' 시몬 바일스 (사진=시몬 바일스 인스타그램 캡쳐)

2020 도쿄올림픽의 가장 큰 이변 중 하나는 '무관의 체조 여왕'이다. 

미국 체조 대표팀의 시몬 바일스(24)는 이번 대회 유력한 6관왕 후보로 점쳐졌다. 그만큼 바일스의 실력에 대해 전 세계가 의심하지 않았다. 

돌발상황이 발생한 건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이었다. 

바일스는 주 종목인 도마에서 13.766점이라는 저조한 점수를 받자 이단평행봉, 평균대, 마루 운동 등 단체전 세 종목을 뛰지 않고 기권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개인종합결선과 도마, 이단평행봉, 마루운동 등 개인 종목별 결선 5개 종목 중 4개도 포기했다. 

체조여왕이 흔들린 건 멘탈 문제였다. 그는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져내렸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온 세상의 무게가 내 어깨에 놓인 기분이다. 압박감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하지만, 때로는 힘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슈퍼스타의 예상치 못한 대회 포기에 팬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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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AP/뉴시스] 미국의 체조여왕 시몬 바일스가 단체전 기권으로 6관왕 도전이 무산됐다. 2021.07.27.

그러나 곧 바일스의 '용감한 포기'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나왔다. 

올림픽에서 세 차례 금메달을 따냈던 전 미국 체조선수 앨리 레이즈먼은 "얼마나 심한 부담이 있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바일스는 인간이다. 가끔 사람들은 그걸 잊는다"며 격려를 보냈다. 

사라 허시랜드 미국 올림픽·패럴림픽위원장은 "사람, 팀 동료, 선수로서 바일스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후원사들의 지지 행렬도 이어졌다. 운동복 브랜드 애슬레타는 "최고가 된다는 건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아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오늘날 그녀의 리더십에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비자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용감하다"며 바일스의 선택에 힘을 실어줬다. 

비록 바일스는 금메달을 목에 걸진 않았지만, 선수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정신건강도 중요하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일깨우는 큰 일을 해낸 셈이다. 

마무리도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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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美 '체조여왕' 시몬 바일스 (사진=시몬 바일스 인스타그램 캡쳐) 2021.07.29 photo@newsis.com

그는 지난 3일 대회 여자 기계체조 평균대 결선에 출전해 동메달을 따냈다. 모두의 응원 속에 평균대에 오른 바일스는 다소 긴장돼 보였지만, 연기를 마친 뒤엔 환한 웃음을 되찾았다. 

매일 의사들로부터 의학적 평가를 받고, 스포츠 심리학자와 상담을 하며 어렵사리 평정심을 되찾은 덕분이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 도쿄 외곽의 한 대학에서 비밀 훈련을 했다는 사실도 추후 공개됐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바일스는 "결과와 상관없이 경기를 할 수 있어서 기쁘다. 나를 위해 경기를 해내고 싶었다"며 "한 번 더 경쟁할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바일스의 일거수 일투족은 선수 개인의 경기 포기가 비겁함이나 무책임함이 아니라 운동 선수로서 남들과 경쟁하고 또 메달을 향해 도전해야 하는 숙명적인 정신 세계를 재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그 누구도 그를 비난 할 수 없었다. 운동 선수의 정신 건강 문제를 중요 이슈로 부각시킨 바일스의 용기있는 '기권'과 그것을 극복하고 다시 도전해 거둔 유종의 미는 올림픽 정신을 되새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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