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00명 안팎에 의료체계 '위태'…정부, 31개 병원장들과 긴급 회의
하루 2000명 안팎에 의료체계 '위태'…정부, 31개 병원장들과 긴급 회의
  • 뉴시스
  • 승인 2021.08.1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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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자릿수 확진 37일째…위·중증 환자 400명 '눈앞'
위중증 환자 372명...중증 병상 810개 중 301개 남아
의료체계 최대 2000명 발생 감당…초과 시 역부족
정부, 병상 추가 확보 노력…병상회전율 제고 추진
자가치료 확대 검토…"장기 옵션이나 현재는 위험"
  12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는 코로나19 검사자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구무서 정성원 기자 = 경험하지 못했던 하루 2000명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국내 의료체계에 부담이 가중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그간 준비한 의료체계는 하루 2000명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대응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료체계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장들과 긴급 회의를 갖고 병상을 확충을 논의하는 한편 병상 체계 효율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자가치료 확대 카드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감염병 전문가들은 자가치료 확대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12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확진자는 1987명이다. 전날 2223명에 이어 이틀 연속 2000명대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7일부터 일일 확진자 네 자릿수 발생이 37일째 이어지면서 위·중증 환자도 증가했다. 지난달 11일 145명이었던 위·중증 환자가 점점 증가하면서 20일(207명) 200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31일에는 317명을 기록해 300명을 초과했으며, 이날 0시 기준으론 372명에 달한다. 위·중증 환자가 가장 많았던 지난 1월6일 411명을 조만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전국에 확보된 중환자 병상 810개 가운데 301개(37.2%)가 비어 있다. 유행이 집중된 수도권에는 145개가 남았다. 준중환자 병상은 419개 중 148개(수도권 69개), 중등증 환자를 위한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은 전국 8458개 중 2229개(26.4%), 수도권에 833개가 이용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 설명과 달리 의료 현장에선 실제 남은 병상이 10%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료진에 따르면 정부 집계대로 비어있는 중환자 병상은 30% 수준이지만, 중환자를 살필 의료인력이 부족해 실제 가용할 수 있는 병상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인공호흡기, 지속적신대체요법(CRRT), 에크모(ECMO) 이용 시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병상은 있어도 돌볼 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현행 의료체계는 하루 최대 2000명의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하더라도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즉 하루 확진자가 2000명을 초과해 연이어 발생할 경우엔 현행 체계로는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외통수(절대 피할 수 없는 것)는 의료시스템 붕괴다. 60세 이상 고령자, 만성 질환자 접종이 지지부진한데 이들이 확진되면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며 "댐에 구멍이 나서 물이 점차 새고, 댐 구멍이 커져서 댐이 붕괴하는 형국"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중환자실 여력을 늘리고, 병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내용의 '병상 효율화 대책'을 내놨다. 우선 이달까지 수도권에 6200개, 비수도권에 1800개 병상을 추가로 확보하고, 비수도권에 무증상·경증 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를 확충한다.

또 병상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오는 10월까지 코로나19 증상이 호전된 입원환자를 생활치료센터로 옮긴 전담병원에 전원 환자 1명당 하루 병상 단가를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비수도권에도 환자 중증도에 따라 병상을 배정하는 '병상 배정반'을 두는 한편 중증도 분류와 배정 체계에 따라 병상을 운영하는지 집중 점검했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 10일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과 긴급 회의를 가졌다. 이 회의에는 31개 병원장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중증환자 병상 확충 방안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1차 유행이 발생했던 지난해 2월과 3차 유행이 발생했던 지난해 12월에 각각 병상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을 민간병원에 내린 바 있다.

중수본은 "의료기관과 지속 협의를 통해 향후 추진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의료인력 부담을 더 줄이려면 자가치료를 현행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집에서 격리하다 증상이 심해지거나 잠깐 진료가 필요할 때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체계로 바꿔 보건소와 의료기관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무증상·경증 환자도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해야 한다. 경증 환자에게 최소한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증상을 모니터링하면서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단, 소아의 경우 무증상·경증이거나 고위험군이 아닐 때, 돌봄이 필요한 자녀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경기도는 1인 가구 중 독립적으로 관리 가능한 경우에만 허용한다.

정부도 최근 병상 대응 체계를 개선하는 방안 중 하나로 자가치료 확대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자가치료 확대가 하나의 옵션일 수도 있겠지만, 중등증 이상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과는 관계없는 조처"라며 "전염력이 높은 델타 변이가 자칫 자가치료 과정에서 퍼질 수 있고, 통제가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지금처럼 감염력도 높고 다른 질병처럼 치료법이나 치료제가 발달하지 않은 상황에선 코로나19를 외래로 진료하거나 단기 입원 형식으로 다루기는 힘들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자가치료 확대가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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