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 1800조 돌파…금리 인상 '카운트다운'
가계 빚 1800조 돌파…금리 인상 '카운트다운'
  • 뉴시스
  • 승인 2021.08.2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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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68조6000억원(10.3%) 늘어 2003년 통계 편제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68조6000억원(10.3%) 늘어 2003년 통계 편제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류난영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에도 올 2분기 가계 빚(가계신용)이 사상 처음으로 1800조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금리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을 보면 2분기 말 가계 빚은 1805조9000억원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연 0.5%로 낮춘 후 9차례 연속 동결해 왔다. 한은은 저금리로 늘어난 부채가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실물 경제와의 격차가 지나치게 커지는 등 금융불균형을 가져 왔다고 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금융불균형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가계 빚이 늘어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2분기 가계 빚은 전분기 대비 41조2000억원 늘었다. 2분기 기준 최대 증가폭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68조6000억 늘어 2003년 통계 편제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가계 빚 증가 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오는 26일 한은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2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코로나19 유행 전 가계부채는 4~6% 수준의 연간 증가율을 보였는데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에는 8~9%로 올랐다"며 "통화정책의 정상화 경로에 따라 어느정도 조정이 선제적으로 되지 않으면 상당한 금융 불안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실장은 이날 직접적으로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은에 선제적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대국민담화를 통해 "통화당국이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 주택시장의 하향 안정세가 시장의 예측보다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은 역시 급증하고 있는 가계 빚이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만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으로의 자금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최근과 같은 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면 과도한 부채 부담으로 금리 정상화가 불가능해지는 소위 '부채함정'에 빠질 위험이 커지게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고 후보자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유일하게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낸 인물이다.
 
대출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대출금리 인상시 빚의 질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고 있다. 예금은행은 대출은 1분기 보다 12조4000억 늘면서 대출 증가규모가 전분기(18조7000억원)보다 줄어든 반면 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과 보험회사 등 기타금융기관은 대출 증가규모가 전분기 보다 각각 3조5000억원, 6조6000억원 늘었다. 

한편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대출규제와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 등으로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신규취급액) 평균 금리는 2020년 3분기 사상최저인 연 2.59%였지만 4분기 연 2.72%, 2021년 1분기 연 2.84%, 2분기 연 2.91%로 코로나19 이전 수준 보다 높아졌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통제가 잘 안되고 있고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어 정부로서도 더 이상 놔둘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초저 금리를 놔둔 상태에서 대출 규제만으로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는 26일 금통위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기준금리를 낮췄는데 물가상승률을 보면 지난해보다 더 높기 때문에 실질 금리는 오히려 더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에 올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올리기 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어느 정도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내다봤다.

송재창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가계대출 증가가 멈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게 되면 오르는 폭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완화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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