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라도 사자"…빌라 매매·전셋값 '고공행진' 왜?
"빌라라도 사자"…빌라 매매·전셋값 '고공행진' 왜?
  • 뉴시스
  • 승인 2021.08.2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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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연속 아파트 추월…서울 매매가 한 달 새 28.1% ↑
아파트값 급등에 수요 선회…"환금성 떨어져 매매 주의"
조수정 기자 = 서울 남산에서 시민들이 빌라 밀집지역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07.13. chocrystal@newsis.com
조수정 기자 = 서울 남산에서 시민들이 빌라 밀집지역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07.13. chocrystal@newsis.com

박성환 기자 =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어요."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예전에는 재개발을 노린 투자 수요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실수요자들이 많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빌라 매물이 갈수록 줄어드는데, 찾는 사람이 늘면서 호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신축 빌라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았던 빌라(연립·다세대 주택)로 눈을 돌린 실수요자들이 늘면서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최근 수도권의 집값과 전셋값 동시 상승이 장기화하면서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주택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또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빌라로 눈을 돌린 투자 수요가 겹치면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에서 빌라 매매 거래량이 7개월 연속 아파트 거래량을 앞질렀다. 통상적으로 아파트 거래가 빌라 거래를 압도하지만, 올해 들어 거래량 역전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가 거래량의 2배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달 서울 연립·다세대 평균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전달 대비 30%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해부터 아파트값·전셋값이 동시에 급등하고, 각종 규제가 겹친 아파트를 대신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를 찾는 주택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집계 기준 올해 1~7월 빌라 거래량은 3만6698건으로, 같은 기간 아파트 거래량(2만9558건)보다 1.2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거래 역전 현상은 올해 1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5883건으로, 아파트 거래량(5771건)을 근소하게 앞질렀다. 이후 2월에는 4422건으로 아파트(3854건)보다 14.7%, 3월은 5056건으로 아파트(3730건)보다 35.5% 많았다. 이어 4월에는 총 3217건(아파트 거래량 1450건), 5월 4908건(아파트 거래량 3773건), 6월 5478(아파트 거래량 3937건), 7월 4572건(아파트 거래량 4362건)을 기록했다.

또 지역별로 은평구(533건·12.2%)가 가장 많았고, 이어 강서구(400건·9.2%), 도봉구(317건·7.3%), 강북구(316건·7.2%) 등이 뒤를 이었다.

통상 아파트 거래량이 빌라보다 월간 기준 2~3배 많지만, 올해는 7개월 연속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를 앞서며 역전 현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빌라 매맷값과 전셋값도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이 통계 표본을 개편한 뒤 서울 빌라 평균 매매가와 전세가 모두가 불과 한 달 만에 28.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2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서울 빌라 평균 매매가 상승률.
서울 빌라 평균 매매가 상승률.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부동산원이 발표한 빌라 평균 매매가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7월 3억4629만원으로, 전달보다 28.1% 올랐다. 전국 평균 매매가는 2억214만원으로, 한 달 만에 16% 상승했다.

시군구 권역별로 서울 강북 도심권(종로·중·용산구) 빌라 매매가는 4억9013만원으로, 전달보다 37.9% 상승했다. 서울 전체 상승률을 9.8%p(포인트)를 웃돈 수준이다. 강남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과 서남권(양천·강서·구로·금천·영등포·동작·관악) 빌라 매매가는 5억547만원, 2억9015만원을 기록하며 각각 33.7%, 32.1% 올랐다.

서울 빌라 7월 평균 전세금도 2억4300만원으로 31.5% 치솟았다. 강북 도심권이 3억4642만원으로 56.9%, 강남 동남권이 3억5486만원으로 42.1% 급등했다. 강북 서북권(2억1012만원·은평·서대문·마포), 동북권(1억9476만원·성동·광진·동대문·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은 각각 21%, 21.1% 상승했다. 전국 평균 전세가는 1억3791만원으로, 15.5% 올랐다.

서울 빌라의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시에 급등한 것은 부동산원 통계 개편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빌라 월간 통계 표본 수는 6350가구로 이전과 같지만, 가액분포를 고려해 모집단에 새로운 표본을 추출하면서 상승폭이 확대됐다.

경기권 빌라 가격도 급등했다. 경기 경부1권(과천·안양·성남·군포·의왕)의 빌라 매매가는 4억5811만원으로, 62.9% 올랐고, 전세금도 7월 들어 2억9112만원을 기록해 54% 상승했다.

주택시장에선 주택 수요가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에 집중되면서 당분간 집값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고, 임대차법 시행 등으로 전세 매물이 실종되면서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해 주택 수요가 빌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정비사업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한몫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빌라 매매가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값과 전셋값이 급등하다 보니 '대체재'인 빌라에 주택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기 커지면서 투자 수요까지 몰리면서 빌라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빌라 매매가 상승은 실수요자에게 주거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매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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