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딸 방치 사망' 자수한 엄마…"못믿어" 1심 무죄(종합)
'신생아딸 방치 사망' 자수한 엄마…"못믿어" 1심 무죄(종합)
  • 뉴시스
  • 승인 2021.09.02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산 후 방치 두달 만에 사망케한 혐의
지난해 말 선고 전 남편 잠적했다 자수
법원 "친모 진술 믿기어려워…증거부족"
"시신 나무상자에 수년 보관…의문들어"

옥성구 기자 = 딸을 출산하고도 방치해 두 달 만에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 사건을 자백한 부인의 진술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무죄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2일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친부 김모(43)씨와 친모 조모(45)씨에게 각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와 조씨는 지난 2010년 10월7일 둘째 딸을 낳고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고 방치해 결국 생후 두 달 만에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던 중 조씨는 김씨의 가정폭력을 못 견디고 가출했다가 재결합해 둘째 딸을 낳았다. 하지만 김씨는 둘째 딸이 조씨 외도로 낳은 아이라 의심해 필수예방접종도 하지 않고 수시로 때리는 등 아동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2010년 12월께 둘째 딸이 고열이 지속되고 치료가 필요했음에도 병원에 데려갈 경우 몸에 멍이 있어 아동학대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김씨가 구호조치도 하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아이였기 때문에 사망 사실을 어떤 기관도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조씨가 김씨와 별거한 후 2017년 3월 "죄책감이 들어 처벌받고 싶다"고 경찰에 자진신고하며 밝혀졌다.

당시 조씨는 "반지하집 방에 있는 나무상자에 아이 시신이 있다.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2개월 된 아이가 죽었다"는 내용의 신고를 했다. 경찰은 직후 반지하집을 수색했지만 시신이나 나무상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는 "조씨가 몰래 딸을 유기하고 온 후 본 적이 없으며, 유기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조씨는 공소사실의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공범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기존 구형 후 아동학대 범죄 인식에 변화가 있었고 유사사건 '정인이 사건'에서도 사형이 구형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김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또 조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구형했다.

김씨와 조씨의 1심 선고는 당초 지난해 11월22일 내려질 예정이었지만, 선고 직전 김씨가 잠적해 여러 차례 선고 공판이 연기됐다. 결국 지난 6월 김씨가 자수하며 검거돼 세 차례 재판이 더 속행된 후 이날 1심 결론이 나오게 됐다.

법원은 이 사건을 자백한 조씨의 진술 신빙성이 부족해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우선 재판부는 조씨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2010년 12월 자고 일어났는데 딸이 숨을 쉬는 느낌이 없었다. 1시간 가까이 가만히 방에서 기다렸다. 죽은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 진술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일반적인 경우 자신의 자녀가 숨을 쉬지 않는 사실을 확인하거나 사망한 사실을 안 직후에는 본능적으로 신고하는 등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격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경험칙에 부합하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다른 모성애를 가진 조씨가 딸의 신체 이상을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않고 1시간 정도 가만히 있었다는 진술은 평소 잦은 폭행을 당해 심리적·신체적 억압된 상태에 있을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조씨가 '딸의 시신을 가방에 넣어 한달 정도 화장실에 보관했다'고 한 진술에 대해, 재판부는 "부패가 충분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여 심한 악취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부패 냄새가 나지 않았다는 조씨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조씨가 '실리콘으로 나무상자를 고정시켜 2016년 4월까지 그대로 보관했다'고 한 진술도 재판부는 "과연 실리콘 접착력만으로 나무상자가 수년 동안 형태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신의 부패로 냄새가 심했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6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시신이 든 나무상자를 방안에 두고 일상생활 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인 조씨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고, 나머지 증거들은 조씨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지 못하거나 공소사실을 증명하기 부족한 간접증거들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종합해 재판부는 "인정할 증거가 부족해 김씨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할 수 없다"며 "조씨 자백의 신빙성이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자백을 보강할 증거도 없다"고 각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이 끝난 뒤 김씨는 법정에서 오열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