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예계 칼바람 분다....K팝계도 불똥
중국, 연예계 칼바람 분다....K팝계도 불똥
  • 뉴시스
  • 승인 2021.09.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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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지민 팬클럽 비행기. 2021.09.06. (사진 = 웨이보 캡처) photo@newsis.com
방탄소년단 지민 팬클럽 비행기. 2021.09.06. (사진 = 웨이보 캡처) photo@newsis.com

이재훈 기자 = 중국 당국이 경제·사회 전반에 대한 고강도 규제에 나선 가운데,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K팝 업계에도 불똥이 튈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대중음악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벌이고 있는 연예계 '정풍 운동'으로 외국 국적 연예인, 여성스러운 남자 아이돌 등이 표적이 되고 있다.

정풍운동은 1940년대 중국공산당이 당내 잘못된 풍조를 바로잡는 것을 골자로 펼친 정치운동이다. 이후 1960년대 현지 '문화대혁명'으로 이어진 만큼,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 시대에 다시 벌어지고 있는 '21세기 정풍운동'에 대한 걱정도 크다.

K팝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건, 그간 아이돌 그룹에 막강한 지원이 된 각종 팬덤에 대한 규제다. 중국 당국은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를 금지하고, 무질서한 팬덤 경제를 바로잡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팬들이 유료 투표를 할 수 없게 막고 있다. 연예인 인기차트 발표도 금지다. 중국 최대 음원사이트 QQ뮤직 등에서 중복으로 음원을 구매할 수도 없다. 또 연예인을 위한 모금 등의 행위를 하는 팬클럽은 해산된다. 연예인을 위해 미성년자가 돈 쓰는 것도 금지한다.

이미 관련 조치가 취해졌다.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의 중국 팬들이 그의 생일(10월13일)을 축하하는 행사로, 항공기를 띄웠다가 소셜미디어 웨이보의 계정을 두 달 동안 정지당한 것이 예다.

이 웨이보의 구독자 수는 116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을 통해 모금을 했고, 모금액이 1시간만에 230만위안(4억100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팬덤은 지민의 생일 당일에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더타임스 등에 광고를 게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웨이보는 "이성적인 못한 스타 추종 행위를 금지한다. 인터넷을 정화할 것"이라면서 생일 이벤트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K팝 가수들의 음반을 대량 구매했던 중국 팬덤의 행위도 금지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중국 시장을 노리고 있는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 '걸스플래닛999'에 중국 연습생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데, 중국 당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제한 조침 흐름상 향후 이들의 활동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걸스플래닛 999' 4회. 2021.08.28. (사진 = 엠넷 제공) photo@newsis.com
'걸스플래닛 999' 4회. 2021.08.28. (사진 = 엠넷 제공) photo@newsis.com

또 중국 당국의 연예계 정풍운동의 다음 타깃이 외국 국적 스타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럴 경우 중국 태생으로 해외 국적을 갖고 있는 K팝 스타들의 현지 활동도 힘들어질 수 있다.

사실 중국은 K팝계의 '뜨거운 감자'다. 각종 규제뿐만 아니라 홍콩 민주화 운동, 항미 원조 등의 발언과 관련 중국 출신 K팝 아이돌이 연루되면서 국내에서 적잖은 시비가 붙었다.

그럼에도 K팝 업계는 중국 출신 아이돌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 세계 인구의 5분의 1 남짓인 14억4000만명이 살고 있는 중국 시장은 '차세대 한류 개척지'로 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정풍운동은 '차이나 리스크'의 절정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계속 중국에 매달리기보다 다른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지난 2016년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에 대한 보복으로 한류에 대한 전면 금지 조치에 들어갔을 당시 제기됐던 한류 지역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강력하게 힘을 얻고 있다. 일본을 거쳐 동남아, 중국으로 한류가 이어졌는데 차세대 지역으로 꼽히는 중동 시장 등의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에 의지하지 않고도 세계적 인기를 누린 방탄소년단이 좋은 선례다. 현지 중국 내 팬덤은 방탄소년단의 중국 활동 없이 이뤄낸 성과다. 역시 동남아와 일본을 거쳐 세계적 걸그룹이 된 '블랙핑크'도 좋은 예다.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아이돌 제작사 관계자는 "사드로 인한 한한령이 풀리고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중국 진출이 본격화될 것이라 예상돼, 우리도 관련 준비를 해왔다"면서 "하지만 최근 '정풍운동'을 보면서 '차이나 리스크'가 생각보다 크다는 위기감이 들고 있다. 다른 활로를 모색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나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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