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불보듯 뻔한데…빌라·오피스텔 공급이 최선?
전세난 불보듯 뻔한데…빌라·오피스텔 공급이 최선?
  • 뉴시스
  • 승인 2021.11.0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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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혁 기자 = 20일 오전 서울 도심의 아파트의 모습. 2021.10.20. jhope@newsis.com
정병혁 기자 = 20일 오전 서울 도심의 아파트의 모습. 2021.10.20. jhope@newsis.com

이예슬 기자 =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으로 부동산 매수 심리가 주춤한 가운데, 실수요자들이 임대차 시장에 남으면서 전세난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연말 전세대책을 내놓기로 했지만 일반적으로 임차인들이 선호하는 아파트 매물은 공급이 제한적이라 빌라 등 연립주택,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등 비주택 공급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 수억 올려주거나 월세 내거나

최근 부동산 매매시장은 거래절벽이 뚜렷해지고 있다. 단기간 급등한 기존 주택의 매매를 포기한 이들이 당분간 임대차 시장에 남기로 하면서다. 매수대기자 중 상당수는 정부가 8·4대책, 2·4대책 등을 통해 추진하는 대규모 주택공급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공급이 현실화되기 전까지 몇 년간은 임대인 위주의 시장이 공고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가 지어지는 3기 신도시와 수도권 신규택지 인근은 새로 유입되는 임차인들이 늘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사전청약에 당첨되더라도 본청약까지 무주택자 신분을 유지해고 해당 지역 의무거주 기간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이들 지역 전세물량은 씨가 마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 7월 새 임대차법이 생기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세입자들은 내년부터 신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점도 큰 변수다. 집주인들은 2+2, 4년 치 계약임을 감안해 보증금을 크게 올릴 공산이 크다. 이미 임대차3법 시행의 부작용으로 신규 계약분은 시세가 크게 올라 이중가격, 삼중가격 현상까지 나타난 바 있다.

임대 매물이 귀해진 만큼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가속화되는 추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8~10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 3만5195건(29일 기준) 중 조금이라도 월세를 낀 계약은 1만3702건으로 38.9%에 달한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에는 전세대출이 빠졌지만, 내년부터는 다시 총량관리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반전세 등을 택하게 될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매매수요가 감소하면 일부 수요는 임대차로 옮겨가며 전세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데, 전세대출 규제도 동반되고 있어 전세대출이 제한되는 이들은 보증부 월세를 선택하는 월세화 현상이 야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규제는 부작용…빌라·오피스텔 공급할 것"
 

백동현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빌라 단지 모습. 2021.09.22. livertrent@newsis.com
백동현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빌라 단지 모습. 2021.09.22. livertrent@newsis.com

암울한 시장 상황이 예견되면서 정부도 전세대책을 준비하고는 있다. 문제는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규제책을 도입해봤자 새 임대차법처럼 시장을 왜곡해 부작용만 불러올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시장 가격을 규제하는 것에 대해선 신중할 필요가 있겠다는 큰 전제를 깔고 검토 중"이라며 "신규계약에 대해 인상률을 제한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고, 표준(임대료)계약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중가격 현상에 대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끌어당기고 올릴 수는 없고 전반적인 주택 시장 안정과 공급이 뒷받침돼야 풀릴 수 있는 문제"라며 "2+2년을 3+3년으로 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공급이라는 게 임차인이 선호하는 형태인 아파트가 아니라 빌라 혹은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같은 비주택이라는 점이다.

노 장관은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도심 내 자투리땅을 이용하는 사전매입약정을 통해 수요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빌라나 연립주택의 경우 작은 규모로 시작하면 건축 기간이 얼마 안 걸린다"고 했다.

이어 "도생, 오피스텔 등 비주택의 규제를 풀면 조기에 공급이 가능한데, 이런 작지만 효과가 단기간에 나올 수 있는 대책을 시작했고, 속도를 내볼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현재의 규제를 풀지 않는다면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방법 외엔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아파트 전세금 인상이 전통적인 사회문제였는데 워낙 오르다보니 돈이 부족한 수요자들이 빌라와 오피스텔 시장까지 들어가며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정부에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 확대 등을 전세대책으로 내놓을 텐데, 민간 규제완화로 전세 공급이 늘어야만 수요자 중심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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