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가 없네, 대리?'…수험생 "수능 망쳤다"(종합)
'원서가 없네, 대리?'…수험생 "수능 망쳤다"(종합)
  • 뉴시스
  • 승인 2021.11.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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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신분 확인 과정서 감독관이 부적절 언행"
원서편철에 해당 수험생 원서 순번 잘못 끼워져
전남도교육청 "사실관계 확인하고 있다"
류형근 기자 = 2022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이틀 앞둔 16일 오전 광주 서구 광덕고등학교에서 방역업체가 고사장 소독·방역을 하고 있다. 2021.11.16. hgryu77@newsis.com
류형근 기자 = 2022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이틀 앞둔 16일 오전 광주 서구 광덕고등학교에서 방역업체가 고사장 소독·방역을 하고 있다. 2021.11.16. hgryu77@newsis.com

구용희 기자 = 수능 수험생 신분 확인 과정에 있어 감독관의 적절하지 못한 언행이 시험에 영향을 미쳤다는 수험생의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전남 모 고등학교 3학년 학생 A군에 따르면 지난 18일 화순 모 고등학교에서 2022학년도 수능 시험을 치렀다. 이 고사장의 관리·감독은 나주교육지원청에서 맡았다.

시험실 감독관은 절차에 따라 1교시 본령이 울리기 전 수험표와 신분증을 통한 수험생 확인을 시작했다.

A군은 "본령이 울리고 3분 정도 지난 시점이 내 신분 확인 차례였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관이 계속 머뭇거리더니 갑자기 15번·17번 수험생의 원서는 있는데 '네(16번) 원서는 없다'는 말을 했다"며 "감독관이 '혹시 대리로 한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A군은 "내가 학교에서 직접 원서를 접수했다. 수험생 본인이 맞다는 답변을 했다"며 "감독관이 나에게 '증명사진이 있느냐'고 묻길래 없다고 하자 일단 시험을 보라는 말을 건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군은 "이 상황을 겪은 뒤 1교시 국어 시험을 치르면서 '수능을 못보고 나가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리' 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정신이 나갔다. 이후 시험을 다 망쳤다"고 주장했다.

순간 '대리 응시'로 의심 받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들어 시험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A군은 "시험이 끝난 뒤 나주교육지원청에 이 같은 사실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는 데 돌아온 것은 불쾌함 뿐이었다"고 말했다.

A군의 수능 시험 원서는 15번과 17번 사이가 아닌 5번과 6번 사이에 편철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청은 같은 시험실 내 수험생들의 원서를 미리 편철, 시험 당일 본인 확인 때 사용한다.

A군은 "이로 인해 시험을 망쳤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수험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 상황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공감할 것이다. 내 인생이 걸린 시험이었다. 1교시에 벌어진 이 상황이 집중력을 크게 저하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원서편철에서 순번이 뒤바뀐 내 원서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감독관의 적절치 않은 언행, 민원인에 대한 나주교육지원청의 불쾌한 응대 등에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A군의 신원 확인 시점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험실에 대리접수 수험생이 있었다. 대리접수 수험생은 감독 절차 상 본인 여부를 철저히 확인한다. 15번 원서 뒤에 A군의 원서가 보이지 않자 감독관의 입에서 '대리' 라는 단어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코로나19속 치러진 이번 수능에서는 엄격한 요건을 갖춘 경우 대리접수를 허용했다.

이어 "'대리' 라는 단어를 놓고 수험생과 감독관의 생각이 달랐던 것 같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원서편철 순서가 잘못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라며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과실이 드러나면 관련자들을 주의 조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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