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얻었는데 갈 곳이 없는 조송화
자유는 얻었는데 갈 곳이 없는 조송화
  • 뉴시스
  • 승인 2021.12.1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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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계약 해지 발표
올 시즌 뛰려면 28일까지 새 팀 찾아야 하는데 구단들 반응은 '싸늘'
여자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세터 조송화 선수가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배구연맹에서 열린 무단 이탈 관련 상벌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권혁진 기자 = 조송화가 IBK기업은행과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무단이든 아니든 제 발로 팀을 나간 선수이기에 원했던 결과라는 표현이 어색하진 않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13일 조송화의 선수 계약 해지를 공식 발표했다. 한국배구연맹(KOVO) 상벌위원회가 "사실 관계 파악의 한계"를 이유로 조송화의 징계 결정을 보류한지 사흘 만이다.

아직 IBK기업은행이 KOVO에 공시 요청을 하진 않았지만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명확한 입장을 피력한 만큼 상황이 바뀔 여지는 없다. KOVO는 IBK기업은행의 계약 해지 서류를 받는 즉시 조송화를 자유신분 선수로 공시할 계획이다.

자유신분 선수는 글자 그대로 샐러리캡과 정원의 여유가 있는 구단과 합의점만 찾으면 어느 팀이든 향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15년 11월13일 개정된 KOVO 선수 등록규정에는 '자유신분 선수로 공시된 선수는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입단계약을 맺을 수 있다. 다만, 정규리그 네 번째 라운드 시작 일부터 FA 선수에 대한 보상이 종료될 때 까지 선수등록은 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조송화는 올해 3라운드 최종전이 열리는 28일까지 새 팀을 찾아야만 잔여시즌 V-리그 코트를 누빌 수 있다.

배구계의 기류는 조송화에게 부정적이다. 나머지 6개 구단은 IBK기업은행발 이슈가 어떤 후폭풍을 일으켰는지 상세히 지켜봤다. 선수측은 무단으로 떠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시즌 중 감독과 마찰을 빚어 팀을 이탈한 이에게 선뜻 손을 내밀 팀은 없어 보인다.

A구단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에서 누가 조송화에게 영입 의사를 전달하겠는가. 검토 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송화를 데려와서 전승 우승을 한다고 해도 어렵다. 행여나 현장에서 보강을 원한다고 해도 프런트 입장에서는 나서기 부담스럽다. 예전과 달리 구단들은 전력 보강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다. 여론도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보탰다.

B구단 관계자는 "선수는 억울한 상황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배구판 전체를 흔들었는데 반성과 사과도 없는 선수를 영입할 구단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학교 폭력으로 설 자리를 잃은 '쌍둥이 자매' 이재영과 이다영처럼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도 쉽지 않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V-리그 등록에 실패하자 유럽 진출을 타진해 동반 그리스행을 이뤘다.

조송화는 두 선수에 비해 국가대표 경력이 짧은데다 실력이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설령 조송화에게 매력을 느끼는 해외 구단이 나오더라도 감독을 향한 항명 논란은 아무리 개방적이라도 모른 척 지나치기 어려운 이슈다.

조송화는 14일 밤 변호인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사과를 한 것이 아니라 사과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를 보낸 수준에 가깝다. 변호인의 말과 달리 조송화에게는 분명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기회가 있었다.

대화로 실마리를 풀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직접 모습을 드러냈던 상벌위 후 입장을 표명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조송화는 변호인을 통한 구단의 주장 반박과 계속 뛰고 싶다는 의사 표현 외에는 철저히 함구했다. 계약해지라는 IBK기업은행의 강경 대응으로 무적 신세가 될 위기에 처하지 않았다면 '원만한 해결을 원한다'고 자세를 낮췄을 지 의문이다.

원했던 방법은 아니었겠지만 조송화는 팀을 떠난다는 뜻은 이뤘다. 프로 선수라는 타이틀이 사라질 수도 있기에 뒷맛이 개운하진 않다. 두 번이나 문을 박차고 나갈 정도로 갈망하던 자유를 얻은 조송화이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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