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영, 아이돌 팬도 아군으로 "쓸만한 배우 될래요"
[인터뷰]하영, 아이돌 팬도 아군으로 "쓸만한 배우 될래요"
  • 뉴시스
  • 승인 2022.02.01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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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민 기자 = 배우 하영이 지난달 26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지윤 기자 = 배우 하영(29·안하영)은 한때 아이돌그룹 팬들의 질투 대상이었다. 작품에서 연달아 아이돌 멤버들과 호흡, 시기 어린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막을 내린 드라마 '너의 밤이 되어줄게'와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지헤중)에서 각각 그룹 '뉴이스트' 김종현(27), '엑소' 오세훈(28)과 호흡을 맞췄다.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건 싫어'(2020)에서는 그룹 'B1A4' 공찬(29),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2020~201)에선 그룹 '인피니트' 엘(30)과 연기했다. 처음엔 부담도 됐지만, 특유의 밝은 에너지와 긍정적인 성격으로 극복했다. 어느 순간 상대역 팬들 응원까지 받게 됐다며 "감사하다"고 전했다.

"재작년부터 아이돌 멤버들과 연기를 많이 했다. 너의밤이 되어줄게 방송 초반에 ''지연'(하영)이는 왜 저러냐. '이신'(김종현) 마음을 받아주지도 않고 애매하게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욕먹지 않으려면 (애매한 태도를) 빨리 끝내야 할 텐데…'라며 걱정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응원 댓글도 많이 올라왔다. '우리 오빠 잘 부탁드려요'라는 분도 있었고, 역할 자체를 응원해주는 분들도 많았다."

너의 밤이 되어줄게는 몽유병을 앓는 아이돌 밴드 '루나' 리더 '윤태인'(이준영)과 비밀리에 이를 치료해야 하는 주치의 '인윤주'(정인선)의 로맨스를 그렸다. 하영은 장엔터 소속 배우 '채지연'으로 분해 루나 멤버 '이신'과 비밀 연애했다. 그 동안 의사, 마케팅팀 사원 등 평범한 인물을 주로 연기했는데, 이번에 "배우 역을 맡아 내가 느낀 걸 많이 표현할 수 있었다"고 짚었다. 한 차례 이혼 아픔을 겪은 지연의 감정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데 고민이 적지 않았다.

고승민 기자 = 배우 하영이 지난달 26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영은 "지연은 일을 대하는 태도가 나와 비슷하다. 주체적으로 살아가려고 하고, 자기 일에 애정이 많다"면서도 "연애 스타일은 조금 달랐다. 난 솔직하고 직진하는 편인데, 지연이는 아무래도 아픔이 있고 현실에서 조심할 게 많아서 비밀연애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출연진 중 또래 친구들이 많아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다. "덕분에 자연스러움이 많이 묻어났다"며 "종현씨도 성격이 정말 좋다. 처음 만났을 때 옥상에서 데이트하는 신을 찍고, 한 달 뒤 키스신을 찍었다. '잘 해야 하는데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편하게 잘해줬다"고 회상했다. 10회 이신과 수목원에서 데이트하며 이별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그때 감정이입을 많이 했다"며 "신이 '나 때문에 불행해요?'라고 묻는 장면이 너무 슬펐다. 그 전에 차 안에서 몰래 신이를 보면서 우는 장면이 있었다. 거의 마지막 촬영할 때여서 '작품과 이별한다'는 생각에 더 슬펐던 것 같다"고 했다.

태인·윤주 커플을 보며 로맨틱 코미디 연기 욕심도 났다. "이준영, 정인선 씨가 로맨스뿐만 아니라 코미디도 진짜 잘한다. '아, 나도 웃음을 주는 로맨스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렇게 한 인물의 감정, 서사를 길게 연기한 건 처음이다. 그 인물이 돼 진지하게 사랑하는 감정을 연기하면서 나도 성숙해진 것 같다. 아직 '어린 아이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많은 걸 배웠다"고 귀띔했다.

고승민 기자 = 배우 하영이 지난달 26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반면 지헤중에선 20대 초반 사회초년생의 발랄한 모습을 보여줬다. 패션회사 더원 브랜드 '소노' 디자인팀 막내 '정소영'을 맡았다. 두 작품을 비슷한 시기에 촬영해 긴장했지만, 뭔가 보여주려고 욕심 내지는 않았다. "소영은 나에게 더 익숙한 역"이라며 "지연을 연기할 때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면, 소영은 내 모습 있는 그대로 연기했다"고 돌아봤다.

특히 하영은 "처음 극본 리딩을 할 때 송혜교 선배를 보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며 "'와~연예인이다'라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긴장한 게 무색할 정도로 잘 챙겨줬다. 현장에서는 정말 프로였다. 쉬는 시간에 동네 언니, 오빠처럼 얘기하고 농담도 많이 했지만, 카메라만 돌면 바로 몰입했다. 선배들의 에너지를 받아서 나도 집중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더원 신입사원 '황치형' 역의 오세훈과 호흡도 빛났다. "치형은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다"며 "세훈씨가 장난도 많이 치고 능글맞은데 위트있고 분위기 메이커였다. 조용하지만 전체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있다. 워낙 유명한 분이라서 처음에 긴장했지만 나중에 농담할 정도로 편해졌다"고 했다.

"'고광수' 역의 장혁진 선배에게 정말 많이 배웠다. 극본에 없는 애드리브로 신을 다 살리더라.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팀장 스케치북 본 사람 없어?'라고 했을 때 내가 애드리브로 '어? 저요'라며 손을 들었다. 그때 세훈씨가 나를 팍 치면서 그 장면을 살려줬다. '순발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되게 세게 쳐서 아팠지만 보람찼다(웃음)."

하영은 지헤중에 나온 세 커플 중 '황치숙'(최희서)·'석도훈'(김주헌)이 가장 사랑스러웠다고. "'하영은'(송혜교)과 '윤재국'(장기용) 커플을 볼 때는 눈물을 많이 흘렸다"면서 "치숙이는 사랑 받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치숙이가 울면서 안겼을 때 도훈이 내레이션으로 '이 아이 같은 여자를 어쩌나'라고 하는 장면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박효주 선배가 맡은 '전미숙'도 정말 매력적이라서 연기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지헤중은 영상미도 뛰어났다. '별에서 온 그대'(2013~2014) 촬영감독 출신인 이길복 PD가 연출했다. "PD님이 연출하면서도 직접 카메라로 많이 찍었다"며 "영상미를 정말 잘 살려줬다. 주인공 감정이 떨리는 순간 같이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PD님만이 만들 수 있는 신이 많이 나왔다. 카메라 무빙도 신기한게 많았는데, 선배들이 'PD님은 '핸드힐의 장인'이라고 하더라"면서 감탄했다.

고승민 기자 = 배우 하영이 지난달 26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영은 2019년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로 데뷔한 후 3년째 쉬지 않고 활동 중이다. 드라마 '영혼수선공'(2020) '사생활'(2020) '마우스'(2021) 등에서 연기력을 쌓았다. 스스로도 "'난 누구고, 여기가 어디지?'라고 생각했다. 3년을 쉬지 않고 소처럼 일했다"고 했지만, "올해도 하루도 쉬지 않고 싶다"고 바랐다.

하영은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미술을 그만두고 연기자 길을 선택한 걸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연기를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로 "행복하다"고 털어놨다. "미술을 포기한 건 아니"라며 "미술을 한 게 연기 생활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 했다.

"연기 안 할 때는 처지는데 현장에 가면 에너지를 솟아난다. 극본을 받으면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스트레스도 엄청 받지만, 막상 촬영하고 그 신을 잘 소화했을 때 성취감이 크다. 당연히 주인공 욕심도 있다. 비중 욕심보다 캐릭터 서사, 무게 때문에 주인공을 맡고 싶다. 짧게 호흡하지만 매력있는 캐릭터도 할 준비가 돼 있다. 앞으로 거창한 수식어가 붙기보다, 꽤 괜찮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쓸만한 배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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